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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5월까지 최고의 불펜 전력을 자랑했던 한화가 최근 뒷심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한화는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승부 끝에 2-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화는 35승27패를 기록해 2위에서 4위까지 주저앉았다. 물론 여전히 2위 SK와의 승차가 반 경기에 불과해 순위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지만 5월2일 이후 처음 4위로 내려앉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불안감이 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불펜에서 미세한 균열이 보이고 있다. 한화는 5월 한 달 동안 불펜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하며 이 기간 17승8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남길 수 있었다. 11번의 역전승(최다 1위)을 따내는 동안 역전패는 단 2회(최소 10위)에 그쳤고,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는 12전 전승을 챙기는 기염을 토했다.

정우람의 경우 5월 한 달 동안 12경기에서 1승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77의 성적으로 월간 MVP까지 수상했고, 장민재도 6경기 11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정우람 못지 않은 기여도를 나타냈다. 박상원은 9경기 7.1이닝 평균자책점 1.23, 이태양은 10경기 14.1이닝 평균자책점 3.14로 역시 큰 힘을 실어줬다.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한 안영명이 팀 내 불펜 중 두 번째로 수치가 높을 만큼 대부분의 선수가 제몫을 다해냈다.

사실 6월에 들어선 뒤로도 불펜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표본은 적지만 5명의 선수가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며, 이태양의 경우 4경기 6.1이닝 1실점으로 궂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6월 팀 불펜 평균자책점 3.65(3위)도 충분히 빼어난 성적이다.

다만 안영명에게서 다소 지친 기색이 드러나고 있다. 5월까지 3승 8홀드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하며 정우람 바로 앞에서 듬직한 모습을 이어왔던 안영명은 6월 4경기를 치르는 동안 4.1이닝 7실점으로 한화 불펜이 기록한 총 10실점의 대부분을 떠안았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어느덧 4.25까지 치솟은 상황.

한 번의 대량 실점으로 나타난 현상만은 아니다. 안영명은 지난 2일 롯데전(0.2이닝 1실점)을 시작으로 6일 LG전(1이닝 1실점), 7일 LG전(1이닝 2실점), 9일 SK전(1.2이닝 3실점)까지 6월 4경기 모두 실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7일과 9일은 실점과 함께 패전투수가 됐다.

안영명의 6월 부진은 5월부터 등판 간격이 점차 촘촘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물론 올시즌 안영명의 연투가 단 두 차례 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2일 간격 등판(11회)이 점차 늘고 있을 뿐 아니라 불펜에서 1이닝을 초과한 경우도 10차례나 있었다. 9일 경기에서는 투심과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이 5월 이후 가장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믿을만한 불펜진을 다수 보유한 한화지만 최근 활용도에서 특정 선수들에게 다소 쏠려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6월 이태양과 안영명이 2경기마다 평균 한 번씩 꼬박 출석을 하고 있는 반면 정우람의 경우 한용덕 감독이 승부처에 모험을 걸기보다 뚜렷한 원칙에 의해 관리를 하고 있어 등판 간격이 오히려 지나치게 멀어질 때가 있다.

마무리투수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면 서균과 박상원, 혹은 장민재의 활용도를 보다 높이는 것도 안영명의 체력 세이브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다.

물론 끊임 없이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고, 특정 선수 의존도가 더욱 높았던 암흑기의 모습과 비교하면 올시즌 관리 측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단 안영명의 문제를 넘어 이후 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시기에는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는 투수가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다. 때문에 시즌 막판까지 최강 불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현재보다 좀 더 세심한 역할 분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한용덕 감독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다. 타선과 선발진도 불펜이 짊어진 부담을 함께 덜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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