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잠실=전영민 기자] “(유)희관이가 점점 자기 페이스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지난달 31일 SK와의 경기를 마친 뒤 김태형 감독이 남긴 말이다. 애제자가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 누구보다 마음 아파한 장본인이 김 감독이었다. 하지만 유희관이 제 기량을 다시 찾는 모습을 보이자 직접적으로 만족감을 표했다.

두산은 지난 3년 간 한국시리즈 2회 우승, 1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유희관은 90경기에 출전해 564이닝을 소화하며 44승 17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구속은 빠르지 않을지라도 특유의 제구력으로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지며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올해는 출발이 좋지 못했다. 첫 등판이었던 3월 28일 잠실 롯데전을 포함해 7경기에서 36.1이닝 1승 3패 평균자책점 8.17로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2.01에 달했고, 피안타율도 3할9푼2리까지 치솟았다.

계속된 신뢰에도 유희관의 제 모습을 찾지 못하자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5일 유희관에게 2군행을 통보했다. 이미 꾸준한 모습을 보이던 장원준마저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유희관까지 2군으로 내려가게 되면서 두산은 졸지에 5선발 중 두 자리가 비워지게 됐다.

2군에서 절치부심한 탓이었을까. 지난 5월 15일 1군에 콜업된 뒤 나흘 후 사직 롯데전에서 구원 등판해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복귀를 알렸다. 경기 개시 전과 경기 중에는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고 줄곧 투구에만 집중했다.

직전 등판에서도 6.1이닝 7피안타(1피홈런)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탈삼진을 3개 솎아내는 동안 볼넷을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을 만큼 빼어난 제구력을 선보였다. 타선이 침묵한 탓에 패전의 멍에를 떠안긴 했으나 충분히 안정적인 경기력이었다.

유희관은 전날 잠실 SK전에서도 5.1이닝을 책임지며 4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총 96구를 투구하며 스트라이크는 60구, 볼은 36구를 던졌다. 총 44구를 던진 패스트볼의 최고 시속은 134km/h였고, 38구를 투구한 체인지업도 최고 시속 126km/h까지 기록됐다.

SK 에이스 김광현과의 맞대결이었음에도 유희관은 기죽지 않았고, 경기 내용 면에서도 눌리지 않았다. 아쉽게도 선발승은 챙기지는 못했으나 유희관이 대량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마운드에서 버텨준 덕에 6-4 짜릿한 대역전승까지 일궈낼 수 있었다.

두산은 현재 35승 18패로 리그 순위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지난 4월 7일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각각 선발의 한 축을 맡아줘야 하는 유희관과 장원준이 전열에서 이탈해있을 때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유희관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 확고하게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산에게 있어 유희관의 부활은 나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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