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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천일 동안 힘들었었나요. 혹시 내가 당신을 아프게 했었나요.’

이는 가수 이승환의 ‘천일동안’에 나오는 가사다.

하지만 1000일은 한화 팬들에게 웃어넘길 정도로 짧은 인내의 시간일 뿐이었다. 이미 한화는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3000일이 훌쩍 넘는 암흑기를 보냈다.

올시즌 한화가 믿기 힘든 돌풍 속에 세운 기록을 살펴보면 대부분 1000일이 지난 일을 재현한 것이 대부분이다.

4월 초 KIA를 상대로 2083일 만에 3연전을 모두 승리한 것을 비롯해 5월에는 2912일 만에 LG에게도 스윕승을 따내며 심상치 않은 기세를 이어갔다. 이후 넥센에게 또다시 2174일 만에 3연전 싹쓸이를 달성하는 등 그동안 껄끄러웠던 팀들을 내리 격파해왔다. 결국 5월19일 LG를 꺾은 한화는 2008년 5월13일 이후 3658일 만에 2위(10경기 이상 소화한 시점)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한화 팬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선수단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1일 NC를 상대로 5월 고공행진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많은 한화 팬들에게는 NC전 스윕에 관해 잊기 힘들만큼 달콤한 추억이 있다. 최악의 상황에 몰린 가운데 이뤄낸 성과였기 때문이다. 바로 2013년 4월16일 개막 13연패의 악몽을 NC전에서 끊어냈으며, 이후 2경기를 더 승리하며 스윕을 달성했다. 당시 송창식의 3연투 투혼, 김응용 전 감독 및 김태균의 눈물 등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하지만 NC전 스윕은 당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13시즌이 NC의 1군 진입 첫 해였음을 감안하면 사실 그 자체가 대단한 기록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화는 NC의 창단 이후 지난 시즌까지 단 한 번도 순위에서 앞선 적이 없으며, 지난 시즌까지 맞대결 전적에서도 32승46패2무로 밀렸다.

올해도 한화는 NC와의 3월 첫 3연전에서 1승2패로 위닝시리즈를 내줘야 했고, 5월 중순에도 1승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면서 총 2승3패 열세에 놓여 있었다. SK와 더불어 상대전적에서 밀린 유이한 팀이 바로 NC였다.

그러나 한화는 29일과 30일 안방에서 타선 폭발을 앞세워 NC를 완파하며 상대전적 우위를 점하는데 성공했고, 31일 시리즈 스윕 기회를 잡았다. 이날 한화가 승리할 경우 1869일만의 NC전 스윕 기록이 탄생한다.

1869일이라는 숫자가 앞서 언급된 KIA, LG, 넥센보다 짧은 기간이지만 사실 훨씬 더 오래 묵혀있던 또 하나의 기록이 나올 수도 있다. 바로 팀 월간 최다승 기록이다.

한화는 5월 최종전을 앞두고 한 달 동안 17승7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7할 승률은 물론 6할 승률을 넘은 팀조차 오직 한화 뿐이다. 5월 들어 팀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할 만큼 마운드의 힘이 강력했다. 타선은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높은 집중력이 발휘됐고 승리의 주인공이 끊임없이 새롭게 탄생하는 등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의 조화가 돋보였다.

한화가 5월 18승 고지를 밟을 경우 이는 1992년 5월 이후 무려 26년, 9497일 만에 탄생하는 팀 월간 최다승 타이 기록이다. 한화는 1992년 5월 18승9패를 기록했고, 그 해 81승43패2무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뒤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바 있다.

이는 마지막 우승(1999년)보다도 더 오래된 기억이다. 김재영, 하주석, 지성준, 김민우, 정은원 등 현재 한화의 미래 자원으로 자리 잡은 상당수의 선수들이 세상에 빛을 보지도 않았을 때의 일이기도 하다.

1000일도 아닌 무려 1만일에 가까운 기다림. 한화는 과연 31일 홈 팬들에게 이같은 대기록을 선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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