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조수행. 사진=전영민 기자
[스포츠한국 잠실=전영민 기자] “항상 자신 있어요.”

두산 조수행은 바로 지금이 주전 우익수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내에서 자신에게 어떠한 임무가 주어지든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조수행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9번 우익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팀은 11-3으로 대승을 거두고 34승 18패로 리그 순위 단독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태형 감독은 “선발 우익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코칭스태프와 더 논의를 해보고 선발 라인업을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익수로 선발 출전이 가능한 외인 타자 파레디스, 조수행, 이우성 중 누구를 내보낼지 저울질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된 선발 우익수 자리에는 조수행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우성은 9-3으로 크게 앞선 8회말 대타로 한 타석만을 소화했고,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파레디스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교체로도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사실상 김 감독이 조수행에게 기회를 줬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조수행은 올시즌 45경기에 나서 54타수 16안타 타율 2할9푼6리 7타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7할7푼8리를 기록 중이다. 월등한 타격 성적은 아닐지라도 그간 안정적인 수비와 잠재력만큼은 인정받아왔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수행은 “꾸준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팀에서 선발로 나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다”라고 자신을 낮췄다. 하지만 현재가 자신에게는 기회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주변에서 해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지금이 내게 기회인 것은 알고 있다”라면서 “사실 그동안은 ‘내 스타일이 워낙 대주자나 대수비로 나서는 상황에서 부각되기 때문에 선발로 못나가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그간 혼자 가져왔던 고민들을 밝혔다.

그는 이어 “사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든 백업 선수들이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여러 선수가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힘과 동시에 “그래도 내가 이번 기회를 잡아낼 자신은 있다. 언제든지 경기에 나가면 잘하려고 하고, 못하더라도 자신감 있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경쟁에서의 승리를 자신했다.

두산 조수행.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러한 자신감은 실제 경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첫 타석에서는 SK 선발 문승원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직선타로 물러나긴 했으나 코스만 좋았다면 장타까지도 가능했을 법한 타구를 날렸다. 경기 시작 전에는 번트 연습에도 오랜 시간을 투자하며 방망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최근 타격감에 대해 조수행은 “시즌 초에는 타격감이 좋았다가 최근에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늘은 경기 전 배팅 연습에서 타격감이 다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시합에서 잘 발휘될 수 있을지 확신이 안서서 ‘공 보고 공 치기’를 했는데 다행히 잘 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조수행은 “내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앞선 주자가 베이스에 나가면 확률적으로 작전이 많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어차피 나도 타격에서 매번 안타를 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생기면 번트를 대서 주자를 우선 살리거나 나도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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