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KBO가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난관에 봉착했다. 사례가 없으니 수습 및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0일 KBO는 넥센이 프로야구 8개 구단으로부터 뒷돈 현금 트레이드 대가로 131억 5000만원을 챙겼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현금 트레이드 자체는 규약 위반이 아니다.

하지만 선수 트레이드 관련 계약에서 뒷돈이 포함된 사실을 감춘 이면계약 형식으로 KBO에 보고 한 것은 리그 규약에 위배되는 사항이다. 넥센을 비롯한 8개 구단이 모두 한통속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넥센의 트레이드를 그대로 방관한 KBO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연스레 '클린베이스볼'을 내세운 KBO 사무국과 뒷돈 거래를 한 구단 모두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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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트레이드 사태에 직면한 KBO 입장은?

KBO는 유례가 없는 현 사태에 대해 일단 고개를 숙이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KBO의 관리 소홀이라고 느끼고 있다"라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정운찬 총재께서도 이 사안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구단 역시 자발적으로 이 사태에 대해 알려왔지만, KBO리그 전체가 반성해야할 부분은 확실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일단 KBO는 법률, 수사, 회계 전문가로 구성된 KBO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넥센을 비롯한 8개 구단의 트레이드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리고 특조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금의 사태를 수습하고자 한다. 상벌위가 논할 핵심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구단에 대한 징계 여부, 그리고 131억 5000만원에 대한 환수다.

우선 징계의 경우, 이전 사례가 있다. 작년에 KBO는 불법 인터넷 도박 및 경기 조작에 따른 선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NC에 벌금 5000만원 징계를 내린 바 있다.

뒷돈 트레이드를 하지 않은 SK와 넥센은 제외다. 그 외의 8개 구단은 뒷돈 현금 트레이드 사실을 숨긴 허위 계약서를 KBO에 제출했기에 그에 상응한 벌금 징계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신 환수 조치에 대해서는 KBO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확한 금액이 맞는지도 미지수지만, 일단 각 구단이 지난 30일 대전서 모여 10년 넘게 금액이 오고 간 사실을 KBO에 자발적으로 실토했다.

지난 29일 KBO는 NC와 KT와의 트레이드에서 발생한 뒷돈 6억원에 대해서는 야구발전기금 명목으로 전액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적용하면 전날 드러난 131억 5000만원도 환수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액수가 많기도 하고, 10년 넘게 트레이드를 통해 써버린 130억이 넘는 금액을 이제 와서 다시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KBO가 환수 조치에 대해서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이유다.

장 총장은 "KT와 NC는 자진 신고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구단의 경우, 모두 자진해서 KBO에 사실을 알렸고 KBO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환수 조치가 꼭 답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 사태를 해결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KBO다. 일단 특조위의 사태 파악을 우선적으로 두고, 그 뒤에 환수 여부에 대한 사항도 함께 결정하겠다는 것이 KBO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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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넥센,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나

진짜 문제는 넥센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선수를 키워서 오로지 성적에 급급한 각 구단에 현금을 받고 판 능력은 인정하지만, 그것을 의도적으로 악용하고 감춘 것이 문제다.

지난 2008년 현대가 망하고 우리 히어로즈가 납입금 120억을 겨우 내고 리그에 들어왔을 때, KBO는 8구단 체제 유지를 위해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히어로즈의 리그 합류를 받아들였다.

이후 자금난이 시달린 히어로즈는 이택근, 이현승, 황재균 등 대어급 선수를 트레이드 했다. 그 과정에서 현금 거래는 결코 없었다고 밝혔지만 눈 가리고 아웅, 어느 누가 봐도 합리적 의심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KBO는 오로지 리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지상과제가 있었기에 의심이 가더라도 이를 묵인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넥센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2010년 네이밍 스폰서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가 되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섰다. 성적도 오르고 수완 있는 구단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넥센의 지갑은 서서히 두둑해졌다.

그럼에도 넥센은 최근까지도 뒷돈 현금 트레이드 사실을 숨겼다. 구단 초창기의 자금난에서 벗어났음에도 지속적으로 뒤로 현금 거래를 하고 이를 은폐했다. 의혹이 생기는 것이 당연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이장석 전 대표다. 이 대표는 횡령 및 배임 및 사기 혐의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 받았고 현재는 수감 중이다. 뒷돈 현금 트레이드의 목적을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넥센을 향한 야구 팬들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핵심 주전 배터리인 투수 조상우과 포수 박동원의 성폭행 혐의, 학교 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안우진의 급작스런 1군 등록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리그 전체를 멍들게 한 뒷돈 현금 트레이드 사건까지 터졌다. 구단을 해체하라는 성토가 빗발치고 있고 히어로즈가 리그 회원사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보는 시각도 야구계에 팽배하다.

하지만 KBO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KBO는 결정 기구가 아니다. 지금은 구속된 이 대표에게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향후 제명 정도를 제외하면 KBO가 히어로즈를 제재할 방안은 마땅치 않다.

프로야구 구단의 리그 제외 여부는 최종 결정 기구인 구단주 총회에서 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 사태를 두고 KBO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만 있기는 어렵다.

어쨌든 최악의 사태를 막고자 특조위를 통해 과거 트레이드 사례를 모두 분석, 규약 위반 사항을 면밀히 체크하고 최대한 투명하게 심의하겠다는 것이 현재 KBO가 공식적으로 답하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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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KBO는 어떻게 일을 풀어가야 할까?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KBO리그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에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 잘못된 부분을 모두 열고 팬들에게 사과, 향후 KBO리그가 깨끗하고 건전하게 갈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구단 뿐 아니라 KBO 역시 반성을 해야 한다. 일단 6월 한 달은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가진 뒤, 향후 상벌위를 열도록 하겠다. 그 뒤에 팬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드려야 할지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KBO가 히어로즈 구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경영에 간섭하기는 사실상 무리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현 사태를 그냥 두고 넘기기엔 KBO 역시 방관자로서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일단 움직여야 한다.

구단과 조율을 거쳐 현 사태를 빠르게 정리하지 못하거나 6월 한 달이 넘어가도록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KBO와 각 구단을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악재가 겹칠수록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

더불어 이장석 대표의 유상증자 발행과 주주 사이의 법정 소송 및 경영권 알력 다툼, 여기에 오는 8월에 종료되는 넥센 타이어와 히어로즈의 스폰서 계약 여부까지 KBO는 계속 눈에 불을 켜놔야 한다.

동시에 이번 히어로즈 사태를 시작으로 리그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판을 키우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내실 없이 몸집만 불리면 당장은 좋아보여도 향후 큰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8구단 체제 유지에서 시작된 이장석 대표와 히어로즈 사태가 그 결과물이다. 정운찬 총재가 취임 당시 말한 클린베이스볼, 그리고 KBO.COM과 같은 프로야구 산업화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가 절실하다.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이자 위기다. 그렇기에 KBO 역시 이전에는 없던 혁신적인 방안, 확실한 변화의 의지가 담긴 개선안을 내놓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그저 사태 파악에 그치고 총재의 사과, 각 구단이 경기 전에 그라운드에 나와 고개 숙여 사과하는 정도로 무마해서 넘어가려고 한다면 정운찬 총재의 KBO도 이전 KBO와 별다를 것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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