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동원, 조상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인천=길준영 기자] 올 시즌 구단 내외의 사건사고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넥센에 또 다른 대형 악재가 터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박동원과 조상우에게 참가 활동정지 조처를 내린 것이다.

인천남동경찰서는 지난 23일 “KBO리그 넥센 소속 선수 2명이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넥센은 두 선수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을 발표하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한순간에 주전 포수와 마무리 투수를 잃은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은 조사결과에 따라 KBO에서 선수자격 정지 징계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넥센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다.

올해 넥센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야구 외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지난 2월 이장석 전 대표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시즌 초에는 메인 스폰서인 넥센타이어가 경영 개선을 요구하며 스폰서비 지급을 유보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서건창·박병호·김하성 등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을 당하며 시즌 초반 경기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박병호는 1군에 복귀했지만 서건창과 김하성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동원과 조상우의 성폭행 혐의까지 터지며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잇따른 악재에 장정석 넥센 감독은 “머릿속이 하얗다”며 당혹스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넥센은 지난 2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통해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2-13 대패를 당하면서 더 큰 충격을 받게 됐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넥센은 올 시즌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팀이었다. 총액 150만달러(약 16억원)에 검증된 외국인 투수 로저스를 영입했고, 미국에서 박병호가 돌아오며 전력이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넥센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24승 26패로 리그 6위에 올라있다. 5위 LG와는 1게임차로 시즌 내내 구단 내외에서 불미스러운 일과 부상이 나왔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서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상우와 박동원의 공백은 쉽게 메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장정석 감독은 셋업맨을 맡고 있던 김상수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긴다는 계획을 밝혔다.

넥센 김상수. 스포츠코리아 제공
김상수는 올 시즌 20경기 1패 14홀드 19.2이닝 평균자책점 1.37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임시 마무리를 맡으며 15세이브를 거둔 경험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마무리 보직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상우의 이탈로 불펜 전체가 헐거워지는 것은 막기 어렵다. 넥센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5.57로 리그 8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만큼 필승조인 조상우-김상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김상수가 마무리를 맡게 될 경우 9회 이전에 올라올 수 있는 믿을만한 투수는 이보근(20경기 3승 2패 8홀드 19.2이닝 평균자책점 2.75) 정도를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다.

포수는 더 심각하다. 박동원은 39경기 117타수 29안타 타율 2할4푼8리 6홈런 17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뛰어난 타격 성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백업포수인 김재현(28경기 35타수 7안타 타율 2할)과 지난 23일 1군으로 콜업 된 주효상(8경기 11타수 1안타 타율 9푼1리)와 비교하면 파워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

더구나 김재현과 주효상은 모두 풀타임 주전 포수를 맡아본 경험이 없다. 체력적 부담이 높고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 포수 포지션 특성상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3월 31일 서건창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이후 넥센은 단 한 번도 시즌 전 구상한 전력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박동원과 조상우의 이탈로 시즌 전 구상은 물론 팀의 장기적인 청사진까지 크게 어그러지게 됐다.

이번 사건은 올 시즌 넥센에게 가장 힘겨운 시련이 될 전망이다. 넥센이 이 난국을 타개할 대책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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