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화 서균이 자책점 '제로(0)' 행진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한화를 넘어 리그에서도 돋보이는 불펜 투수다.

서균은 지난 2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자책점을 떠안는 아쉬움을 경험했다.

서균은 팀이 6-3으로 앞선 8회 무사 1, 3루 최대 위기에서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양의지와의 승부에서 몸에 맞는 볼을 던졌고, 결국 투구수 3개만을 기록한 뒤 만루 상황에서 곧장 송은범에게 공을 넘겼다.

이후 송은범이 오재원에게 곧바로 3타점 적시 3루타를 허용하면서 양 팀의 승부가 6-6 동점이 됐다. 주자를 남기고 내려온 서균도 이번에는 자책점을 피해갈 수 없었다. 두산과의 대결 전까지 24경기 15.1이닝 동안 비자책 1실점만을 내주며 ‘미스터 제로’로 통해왔지만 대기록 행진이 결국 25경기째에 끊겼다.

지난 20일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한용덕 감독에게 서균과 관련된 질문을 남긴 바 있다. 그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쳐준 것은 사실이지만 ‘평균자책점 0’이라는 기록이 오히려 서균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상황은 아닐지 궁금했다. 실제 서균 역시 이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지는 않음을 구단 관계자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당시 한 감독은 “내가 서균의 몸으로 파고 들어가 속마음 읽어낼 수는 없겠지만 부담감보다는 자신감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본인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았지만 이러한 자신감을 쌓으면서 올시즌 서균의 기량을 크게 올라설 수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한 감독은 “24경기를 하는 동안 투구수가 226개 밖에 되지 않더라. 다른 투수들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투구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야수들 입장에서도 투수가 그렇게 승부를 해줄 경우 긴장감이 내려가고 마음이 편해진다”며 “그냥 최고라는 말 외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말로 서균을 극찬했다.

많은 이들이 서균의 평균자책점 0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지만 사실 서균의 또다른 진가 중 하나는 바로 주자가 쌓인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올시즌 서균의 등판 시점에 20명의 기출루자가 있었는데 홈을 내준 주자는 단 3명 뿐이었다. 그의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0.150)은 총 14명 이상의 주자가 쌓인 채 등판한 선수들 중에서 전체 1위에 해당되는 수치였다. 동료들의 평균자책점까지 확실하게 관리해준 선수가 바로 서균이었다.

두산전 자책점을 떠안았지만 서균은 여전히 평균자책점 0.59로 특급 불펜을 벗어나지 않는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는 홀가분함을 가질 수 있다. ‘잘 지는 법도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 첫 자책점을 기록한 방식 역시 나쁘지는 않았다. 본인의 손으로 직접 실점을 내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다.

또한 팀이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면 양의지에게 던진 사구가 오랜 기간 머리에서 맴돌 수도 있었겠지만 호잉이 9회 동점 솔로포를 터뜨린데 이어 11회에는 송광민이 끝내기 안타까지 때려냈다. 그의 뒤에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 정우람이 버티고 있기도 하다. 향후 흔들리는 상황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이처럼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면 서균이 시즌 마지막까지 좋은 활약을 보여줄 여지는 충분하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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