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한승혁.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고척=전영민 기자] KIA 한승혁이 딱 한 번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KIA는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7-8로 패했다.

이로써 KIA는 20승 21패를 기록하며 롯데에 0.5게임차 뒤진 5위로 내려앉게 됐다. 더불어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 이후 이어오던 연승도 멈췄고, 5할 승률도 붕괴됐다. 반면 넥센은 전날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해내며 21승 23패로 LG와 함께 공동 6위 자리를 지켜냈다.

이날 KIA 선발 마운드에는 한승혁이 올랐다. 한승혁은 올시즌 6차례 등판에서 29.2이닝을 소화하며 1승 2패 평균자책점 6.07을 기록했다. 시즌 중에 이뤄진 선발 전환임에도 김기태 감독의 신뢰 하에 무사히 선발진에 연착륙해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직전 등판이었던 9일 광주 두산전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한승혁은 3.1이닝 만에 7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팀은 타선이 7득점을 뽑아내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으나 경기 초반부터 내준 대량 실점의 피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7-13으로 무릎을 꿇었다.

때문에 이날 등판은 한승혁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직전 등판에서의 부진을 털어내고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 동시에 김기태 감독에게 있어서 ‘선발 한승혁’이라는 카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다질 수 있는 찬스였다.

그러나 이날 등판에서는 올시즌 최악의 피칭을 남겼다. 그는 2.1이닝 3피안타 3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KIA 한승혁. 스포츠코리아 제공
문제는 1:1 비율의 스트라이크-볼 비율이었다. 총 49구를 투구하는 동안 스트라이크는 25구에 불과했고 볼은 24구를 던졌다.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포크 등 4가지 구종 중 어느 하나 원하는 곳에 들어간 구종이 없었다. 빠른 구속을 낮췄음에도 제구마저 온전치 않았다.

이러한 제구 난조 속에 한승혁은 탈삼진은 단 하나만 솎아내는 데 그쳤고 볼넷은 3개나 허용했다.

2회말까지는 흔들리지 않고 편안한 피칭을 이어갔다. 2회 2사 후 김민성에게만 안타를 내줬을 뿐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올시즌 최고 피칭 혹은 명품 투수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3회 시작부터 7구 연속 볼을 던진 끝에 첫 타자 김혜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이어 박동원마저 볼넷을 내줬다. 이후 김규민과 이택근에게 연달아 안타를 얻어맞으며 1-2 역전을 허용했다. 초이스와의 승부에서도 초구와 2구째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자 김기태 감독은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그동안 불펜에서의 한승혁은 빠른 구속에 비해 불안한 제구력으로 항상 아쉬움을 남겼다. 선발 마운드 위의 한승혁은 그러한 모습을 최소화하며 김기태 감독의 선택에 신뢰를 더했다. 그러나 이날 등판과 같은 경기 내용이 반복된다면 김기태 감독의 신뢰에도 금이 갈 수 있다.

이제는 한승혁이 지난 1월 스프링캠프 출국 전 인터뷰에서 했던 자신이 언급했던 말을 되뇌어볼 때다.

“그동안 외적으로는 강하고 빠른 공이었어도 내적으로는 전혀 섬세하지 못한 공을 던졌어요. 올시즌에는 정말 타자가 봐도 위압감 있는 공을 던지도록 잘 훈련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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