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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마구 때려도 좋다. 내 가슴은 언제나 열려 있다.”

한용덕 감독이 올시즌 한화 선수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좋은 활약만 보여줄 수 있다면 격식을 갖추지 않고 본인에게 과도한 세리머니를 펼쳐도 환영한다는 의미다.

이는 이성열이 지난달 8일 부상 복귀전에서 홈런을 때리고 한용덕 감독의 가슴을 툭 때린 이후부터 드러낸 반응이다.

한용덕 감독이 16일 대전 KT전에서 다시 한 번 가슴을 강하게 얻어맞았다. 어느덧 시즌 4번째. 이번에도 가해자(?)는 변함없이 이성열이었다.

이성열은 팀이 2-4로 뒤진 6회 짜릿한 역전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1사 후 김태균, 호잉이 연속 볼넷을 골라내며 주자를 쌓은 가운데 이성열은 바뀐 투수 심재민의 6구째를 통타, 좌측 외야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0m 아치를 그려냈다.

한화는 전날 단 1점도 뽑지 못한 채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고, 16일 역시 4회까지 무득점에 묶여 있던 상태였다. 5회 최재훈의 적시 2루타와 정은원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따라붙기는 했지만 리드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더욱 방망이가 뜨거워질 필요가 있었다. 바로 이성열이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또 한 번 이성열에게 가슴 부위 타격을 허용했지만 한 감독은 이미 5월 초반에도 두 차례나 이성열의 세리머니를 추가로 받아준 경험이 있다. 이성열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또다시 움찔 밀려난 것은 변함이 없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인 한 감독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경기 후 이성열은 “어제 금민철, 오늘 주권 선수의 공이 모두 좋아서 팀이 고전하고 있었는데 김태연과 최재훈이 물꼬를 터주면서 타자들이 편하게 타석에 설 수 있었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앞선 두 타석 성적이 좋지 않아 교체될 줄 알았는데 믿고 맡겨주신 감독님께 보답한 것 같아 다행이다”며 “가슴을 맞아서 아프시겠지만 얼마나 기분이 좋겠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성열은 이어 “더운 날씨에 나만 지명타자로 나가고 있어 투수와 야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고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한용덕 감독도 “6회 이성열의 스리런 홈런이 분위기를 바꿨다”며 반가움을 드러낸 뒤 “가슴이 뭉그러져도 좋다”는 말로 이성열의 활약이 계속되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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