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허경민. 사진=전영민 기자
[스포츠한국 잠실=전영민 기자] “올시즌에는 정말 수훈선수 인터뷰 많이 하고 싶어요.”

두산 허경민은 지난 3월 25일 삼성과의 개막 2연전을 치른 뒤 간절한 한 마디를 남겼다. 지난해의 부진을 털어내고 올시즌에는 기필코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는 꽤나 다부진 포부였다.

당시 허경민과 함께 승리 수훈선수에 선정된 최주환도 “(허)경민이가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지난해에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마음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많이 지켜봤다. 자기 나름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올시즌에는 정말 잘 할 것”이라며 올시즌 두산의 키 플레이어로 허경민을 꼽았을 정도.

캠프에서부터 절치부심한 탓이었을까. 허경민은 3월 한 달 간 7경기에 나서 26타수 7안타 타율 3할8리 5타점 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9할1푼3리를 찍었다. 같은 기간 동안 두산은 허경민의 활약에 힘입어 5승 2패로 리그 순위 2위에 자리했다.

개막 전부터 흘린 구슬땀이 결실을 맺는 듯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이후부터 모든 타격 지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문학 SK전을 마치고 난 뒤에는 타율은 2할2푼4리, OPS는 6할3푼6리까지 수직 하락했다.

허경민을 붙박이 선발 1번 3루수로 출전시키며 절대 신뢰를 보내던 김태형 감독도 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위기를 느낀 허경민은 욕심을 버렸다.

“문득 ‘계속 이렇게 타격을 하다가는 진짜 매력이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에서 장타력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장타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한순간에 장타자가 되려고 했던 것이 결국 과욕이었고 독이 됐어요. 어느 순간 남이 아쉬운 소리를 하더라도 ‘허경민은 허경민답게 야구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로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허경민의 말처럼 생각을 바꾸자 지난달 28일 마산 NC전 이후 타율과 OPS 등 기록이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타율은 3할 언저리까지 올라섰고, 장점인 수비에서도 큰 실수 없이 매끄러운 활약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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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 허경민의 존재는 6-4로 대역전 드라마를 써낸 15일 잠실 SK전에서 특히 빛났다. 주연은 9회말 끝내기 투런포를 때려낸 김재환이었지만, 명품 조연은 허경민의 몫이었다.

그는 5타수 3안타 2득점을 기록하며 테이블세터로서 제 역할을 다해냈다. 첫 타석부터 상대 선발 켈리와 9구 승부를 펼친 끝에 안타를 때려냈다. 3-4로 뒤진 9회말 2사 후 들어선 마지막 타석에서는 마무리 박정배를 상대로 2루타를 터뜨리며 동점주자로 살아나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공동 선두간의 맞대결이었던 경기에서 승리를 차지한 두산은 27승 14패로 단독 선두 자리에, SK는 26승 15패로 2위로 내려앉았다. 단독 선두 등극이 걸린 중요한 일전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소 덤덤한 승리 소감을 밝혔다.

“SK와 선두 쟁탈전이 아니라 그저 시즌 중 한 경기라고 생각하고 임했던 것 같아요. 첫 타석에서 켈리의 공을 계속 커트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치다 보니까 파울이 됐어요. 그래도 첫 타석부터 좋은 타구가 나와서 하루 종일 자신 있게 타석에 설 수 있었어요. 팀도 이겨서 너무 좋고요.”

그리고 허경민은 이날에서야 개막 시리즈 당시 최주환으로부터 받았던 극찬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최)주환이형은 저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어요. 제가 얼마나 야구를 잘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는 형이에요. 제가 힘들 때 ‘너는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진심으로 많이 해주셔서 항상 큰 도움이 됐어요. 잠깐의 활약만 보고 잘 할 거라고 응원해준 것이 아니고 정말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응원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주환이형한테 많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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