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KT 금민철이 사실상 팀의 1선발과도 다름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금민철은 지난 1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호투를 선보였다.

이날 금민철은 총 98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단 5피안타 2볼넷으로 한화 타선을 틀어막는 저력을 선보였다. 탈삼진 역시 5개를 곁들이는 등 6회 1사 만루에 몰린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위기조차 없었다. 6회 역시 김태균을 삼진, 이성열을 유격수 땅볼로 막아내며 팀의 리드를 굳게 지킨 채 역할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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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타자들의 타격 지표가 올시즌 압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초반 2점’ 공식을 통해 리드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결정적인 상황에서 높은 집중력을 선보였기 때문에 이를 막아낸 금민철의 활약은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이날 금민철은 직구 최고 시속이 139km에 머물렀다. 최저 구속은 불과 시속 125km. 변화구 역시 커브(31구) 위주의 단조로운 패턴을 가져갔음에도 한화 타선이 이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김진욱 감독은 금민철이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면서 이같은 변화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15일 금민철의 등판을 앞두고 “볼넷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던 선수지만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면서 이제는 볼넷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본다”고 운을 뗀 뒤 “오히려 최근에는 스트라이크를 너무 많이 던져서 불안할 때도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이어 “물론 아직 피안타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결국 운이 따라줬다고 볼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땅볼을 많이 얻어내는 유형이기 때문에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고 금민철의 호투 이유를 분석했다.

실제 금민철은 올시즌 49.1이닝 동안 단 17볼넷 밖에 내주지 않았다. 커리어 통산 657.1이닝 377볼넷을 내줄 만큼 제구 불안을 겪어왔다면 2018시즌에는 스트라이크 비율 66.6%로 리그 전체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땅볼/뜬공 비율 역시 1.64으로 전체 24위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해 겨울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금민철을 올시즌 5선발 카드로 생각하고 있었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시점에서 그의 발견을 하나의 소득으로 꼽기도 했다. 단 그 이상으로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정말 솔직히 이야기하면 선수의 과거가 쉽게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금민철이 그랬다. 시즌 초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이 좋아졌구나’라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과거 커리어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실 있었다. 이제는 금민철의 예전 모습으로 인해 현재를 의심하지 않는다”며 금민철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금민철은 7경기 만에 시즌 3승(2패) 고지를 밟은 가운데 평균자책점 역시 3.83까지 끌어내렸다. 팀 내 선발 투수 중 다승 및 평균자책점, 퀄리티스타트(5회)까지 모두 1위에 오르며 이제는 니퍼트, 피어밴드 등 외국인 투수보다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박대웅 기자
금민철은 경기 후 “팀 연패를 끊는 승리를 해서 기쁘다”고 운을 뗀 뒤 “야수 선후배들의 도움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점수보다 내 피칭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호투의 비결을 밝혔다.

그는 이어 “6회를 잘 넘긴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승부처를 돌아본 뒤 “호잉에게 고의4구를 내줬지만 병살타를 잘 유도해내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코너웍이 잘 된 날이었기 때문에 김태균 선배와 승부를 할 수 있었다”며 스스로를 믿고 던졌다고 밝혔다.

금민철은 프로 14년 차가 된 올시즌 뒤늦은 발전을 할 수 있었던 비결로 김진욱 감독의 믿음을 꼽았다.

그는 “무엇보다도 부담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제구 기복이 줄었는데 심리적인 부분에서 안정을 찾은 것이 큰 요인이었다”며 “지난해에는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선발에 빈 자리가 생기면 채우는 등 자주 보직을 변경했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로 보직을 확실히 정해주시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기도 수월하다”며 김진욱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금민철은 이어 “나는 수비 도움을 받아야 할 유형의 투수인데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해주고 있어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며 타선 지원의 부족함 속에서도 수비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동료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금민철은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KT 관계자의 확인 결과 그는 2010년 넥센 시절 4월7일 삼성전, 4월13일 롯데전, 4월18일 한화전에서 이미 이같은 기록을 남긴 바 있다. 특히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9이닝 2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생애 최고의 역투를 선보였다.

본인조차 제대로 된 기억을 하지 못할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시점에 금민철은 보란 듯 한계를 뛰어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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