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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고척=박대웅 기자] “공격도 중요하지만 단단한 수비가 우선이다. 박진만 선배를 닮고 싶다.”

지난 8일 추격의 투런포로 대역전 드라마의 발판을 마련했던 정은원이 경기 후 남긴 소감이다.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 생애 첫 홈런을 때려낸 직후였지만 그는 이처럼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팀 승리의 핵심이 되고 싶은 포부를 당당히 드러냈다. 정은원이 이번에는 본인의 소망대로 수비를 통해 경기를 지배했다.

한화는 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화는 2연승과 함께 시즌 20승(16패) 고지를 정복하며 단독 3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지난달 안방에서 스윕패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던 상대에게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스윕승 설욕까지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지난 8일과 달리 이날 경기는 시종일관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2회 하주석의 투런포가 터졌지만 이후 한화는 좀처럼 달아나지 못했고, 넥센 역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넥센에게 반격 기회가 찾아온 시점은 바로 6회말이었다. 선두타자 김규민이 1루수 방면 내야 안타를 기록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이택근과 김하성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초이스가 서균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때려냈고, 장영석이 사구로 출루하며 어느덧 넥센이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한화가 안영명으로 투수를 교체한 가운데 넥센 송성문이 초구부터 적극적인 스윙을 가져갔다. 타구가 2루수를 통과할 것으로 보였으며 최대 동점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은원이 빠른 속도로 뛰어가 사실상 외야 지역에서 송성문의 타구를 잡아냈다. 포구 과정에서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넘어졌지만 재빨리 몸을 회전시켜 일어선 뒤 1루로 강하고 정확하게 공을 던졌다.

결과는 아웃. 넥센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실제 송성문의 발이 베이스에 닿은 것보다 정은원의 송구가 김태균의 글러브에 먼저 도달했다.

정은원은 경기 초반에도 동료 내야수들의 다소 아쉬운 송구로 인해 상대의 병살타를 이끌어낼 좋은 기회를 몇 차례 놓쳤다. 하지만 자칫 공을 빠뜨릴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안정적인 캐치 능력을 선보이며 홀로 분전했다.

정근우가 거듭된 수비 실책으로 1군에서 말소됐지만 정은원이 넓은 수비 범위 뿐 아니라 감각적인 본능, 안정적인 기본기 등을 두루 뽐내면서 한화의 센터 라인은 오히려 단단해진 느낌이다. 정은원이 닮고 싶은 롤모델로 박진만을 꼽은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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