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대학야구가 주말리그 도입 이후 2년 차가 된 올해까지도 계속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장 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열린 2018 KUSF 대학야구 U-리그 성균관대와 고려대의 전반기 C조 경기 도중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성균관대 학부모들이 관중석에서 침묵 피켓시위를 벌인 것.

한국대학야구연맹 제공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C학점 이하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시킨 방침에 대한 반발 작용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농구, 배구. 축구, 핸드볼 종목에서 이같은 방침을 적용시켰고, 당시 약 100여 명의 선수가 학점 미달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대학야구의 경우 2017년이 주말리그 도입 첫 해였기 때문에 최저학력제 적용이 1년 유예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같은 기준이 적용되면서 총 22명의 대학 야구 선수들이 1학기 U-리그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

대학 야구 선수 전체 인원으로 봤을 때는 사실 3.1%에 지나지 않는 비중이다. 그러나 단지 선수들의 출전 불가에 대한 시위로만 치부하기는 힘든 문제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도록 하는 취지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부터 지난해 주말리그 개막식에서 유감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김 회장은 “주말야구를 한다는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대학생들은 성인이기 때문에 자율을 부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무작정 주말에 경기를 하라는 한국스포츠대학총장협의회의 의도를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어 “시합은 해야 할 때 해야만 한다. 선수들에게는 이것이 수업의 연장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인 뒤 “중고교생들의 경우에는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수업시간을 본인이 짜기 때문에 오전에 수업을 받고 오후에 시합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규정을 통해 주말 경기를 강제시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새로운 의미에 앞서 많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조율과 준비 기간 없이 주말리그가 도입된 점도 김 회장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은 요소.

이후에도 김 회장은 대학 선수들이 공부를 할 필요성은 분명 있지만 야구 선수로의 발전을 꿈꾸기 힘들 만큼 평일 훈련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여러차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소한 야간 훈련이라도 가능하도록 수업이 일찍 종료될 수 있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대학야구 주말리그 개막식부터 주말리그 도입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 사진=박대웅 기자
한국대학야구연맹도 주말리그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 동안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주말리그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한체육회에서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로 담당이 넘어가게 되면서 예산 지원 중단 등 압박이 들어왔고, 결국 반강제적으로 주말리그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연맹은 지난해 뿐 아니라 올해도 중·고교야구 및 사회인야구에 밀려 경기장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여수, 순천, 광주 등 새로운 장소를 확보하기는 했지만 열악할 수밖에 없는 시설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여러 대학들이 이동에 부담을 겪고 있다. 고교야구와 같은날 경기가 열리는 문제와 맞물려 프로 스카우트의 주목도 역시 떨어지는 편이다.

지난해 여러 대회가 열렸던 횡성 베이스볼파크의 경우 덕아웃 발판의 목재가 훼손돼 있는 등 안전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들로 인해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주말에 경기가 열리다보니 선수들의 쉴 권리 역시 보장받기가 어렵다.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학야구는 2018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단 18명의 선수만을 프로에 보냈다. 이후 추가된 육성 선수를 포함하더라도 상황이 암울했던 것은 마찬가지다.

당시 현장에서 만난 A 선수는 프로에 지명됐음에도 표정이 다소 어두워보였다.

A선수는 “충분히 좋은 성적을 냈던 동료들이 낙방한 상황이라 아쉬움이 크다”고 운을 뗀 뒤 “주말리그의 경우 가장 시합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밤늦게까지 대체 과제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처음 시행됐기 때문에 차차 나아지리라 보지만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B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숨은 진주를 하나라도 더 발견하기 위해 대학야구 현장을 그동안 자주 방문했지만 아무래도 전체적인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주말리그가 도입되면서 선수들이 예전보다 운동에 집중하기 힘들어진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2018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대학 선수들의 지명률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연합뉴스 제공
실제 지난해 최채흥과 같은 대학 최대어가 등판하는 날에는 다수의 프로 스카우트가 경기장을 찾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결승전과 같은 큰 무대에서도 1, 2명의 프로 스카우트만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있었다. 그마저도 눈여겨본 투수가 마운드를 물러나면 그 즉시 자리를 뜨는 경우였다.

최근 만난 프로팀 감독들도 대학야구의 주말리그 도입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을 밝혔다.

지방 프로구단의 C감독은 “운동 선수들은 결국 운동으로 밥벌이를 해야한다고 본다. 하나의 기술직 아니겠나”라고 반문한 뒤 “(고교 시절까지) 기본 소양이 갖춰질 정도로 올바른 교육을 받아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이상의 공부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썩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C감독은 이어 “죽을 만큼 훈련만 해도 들어오기 힘든 곳이 프로다. 고교 시절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뒤 대학 무대에서 꿈을 이어가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런 선수들의 경우 사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시기다. 현재와 같이 운동과 공부를 의무적으로 병행할 경우 대학 선수들의 프로 지명 비율은 앞으로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수도권 프로팀을 이끌고 있는 D감독은 “사실 해당 실무자였다면 좀 더 깊게 생각한 뒤 해법을 찾아보려 했을텐데 그런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 그리고 가장 나은 방법인지 해법을 당장 제시하기는 힘든 문제라고 본다. 사견 정도로만 봤으면 한다”는 전제를 앞세운 뒤 조심스럽게 본인의 의견을 전했다.

D감독은 “대학 선수들의 프로 진출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참 어려운 문제다. 선수가 피나는 노력을 통해 프로 진출을 지향하는지, 혹은 학과 쪽 공부를 통해 다른 진로를 모색 중인지, 어느 비중이 더욱 큰 지도 함께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며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으로 대학생들도 각자의 전공 분야가 중심에 있고, 교양 과목 등은 추가적으로 듣는다. 또한 음악이나 미술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들 예로 들면 관련 이론과 실기가 역시 중심이다. 그렇게 봤을 때 대학 야구 선수들은 야구가 가장 중심이 돼야 할 전문 분야가 아닐까 싶다”며 “비중이 너무 한쪽으로 몰려서도 물론 안 되겠지만 부수적인 것들을 너무 강조함으로써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대웅 기자
많은 이들이 주말리그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지만 주말리그가 가져다 주는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D감독이 지적했듯 대학 선수들의 프로 취업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프로행을 꿈꾸는 선수들도 있지만 학업을 통해 또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선수들은 그 이상으로 많다.

실제 지난해 E 대학의 F 선수는 대회 최고투수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기량을 뽐냈음에도 신체 조건이 뛰어나지 않은 자신을 돌아보며 기대감보다는 프로 진출 실패 시 어떤 진로를 계획하고 있는지 밝히기도 했다.

운동 시간 부족으로 기량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으나 절대 다수의 대학 선수들이 프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반대 측 시선에서 봤을 때 학업 병행을 통해 방황할 수 있는 선수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것도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 대학스포츠의 경우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편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프로 진출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일종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주말리그는 그동안의 인식을 뒤바꾸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체제이기 때문에 선진국과 같은 문화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까지는 온갖 진통 및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 확실한 정답은 없는 문제다. 하지만 정착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것은 분명해보인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현실적인 문제에 보다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반대로 현장에서도 주말리그 도입의 진정한 취지와 목적을 이해하고 궁극적인 인식 변화를 위해 함께 협조해나갈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끊임없는 소통과 서로 간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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