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대구=박대웅 기자] “(김)건태, 울지마.”

지난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을 승리로 이끈 NC 김건태가 방송사 인터뷰를 준비하는 동안 지나가던 동료들이 짓궂게 한 마디씩 놀렸다. 그의 승리가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건태는 대구 삼성전에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NC의 5-2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2010년 김정훈(개명 전)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에 데뷔했던 김건태는 넥센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되는 등 잠재력을 인정받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2015년까지 프로에서 1승도 따내지 못하는 등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2016시즌 불펜 및 임시 선발로 기회를 받기도 했으나 역시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김건태는 2016년 9월16일 KT와의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이며 데뷔 7년 만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첫 승을 품에 안았다. 데뷔 후 56번째 등판 만에 누린 감격이었다.

지난해 단 5경기 출전에 그치며 다시 팬들에게서 잊히는 듯 했던 김건태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올시즌부터 NC에서 새롭게 야구 인생을 시작하며 또 한 번 이를 악물었다.

초반 두 차례 불펜 등판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20일 LG전에서는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사실상 선발과도 같은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결국 김건태는 구창모의 불펜 이동과 함께 2016년 9월16일 데뷔 첫 승 이후 587일 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는 기회를 잡았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25일 김건태의 선발 등판을 하루 전 예고하면서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김 감독은 “(김)건태가 스피드는 시속 140km대 초반이지만 2010년 상위 지명을 받은 선수다. 무엇보다 경기가 시작됐을 때 우왕좌왕하기보다 당당하게 자기의 공을 던질 줄 안다”며 “어린 선수에게 베테랑처럼 던져주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내일 당장은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패배가 쌓여도 감독은 기다려줄 수 있다”며 김건태의 자신감 있는 피칭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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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태가 이같은 믿음에 부응했다. 26일 경기에서 김건태는 6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무볼넷 2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경기 초반에는 다소 불안한 모습도 보였지만 삼성 타선이 변화구 위주의 노림수를 가져가고 있음을 인지한 뒤 직구로 삼성 타선과 정면 승부를 펼쳤으며, 막판에는 또다시 변화구를 앞세워 수싸움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했다.

또한 직구 최고 시속은 142km에 그쳤으나 몸쪽 승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며, 포크볼과 체인지업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나가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김건태는 “이적을 한 이후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기회를 주셨다. 다른 팀에서 온 내게 먼저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꼭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경기에 임한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료들 역시 좋은 타격을 보여줬고, 수비 역시 든든하게 해줬다. 중요한 순간에 좋은 캐치가 나온 덕분에 6회까지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다”며 본인보다는 함께 팀 승리를 만들어낸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587일 만의 선발승이 특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건태는 “사실 별 생각은 없다. 울컥한 것은 정말로 없다”며 수줍게 미소를 지은 뒤 “단지 감사한 마음으로 야구를 해왔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쁘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김건태는 김경문 감독이 칭찬했던 ‘본인의 공을 던질 줄 안다’는 언급에 대해 “단지 포수의 미트를 보고 던질 뿐이다”면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겠다는 마음과 함께 공격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모습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건태는 올시즌 특별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수치적인 목표보다는 지금의 간절한 마음을 끝까지 가지고서 시합에 임하겠다”며 “팬들께서 아직 나라는 존재에 익숙하지 않으실 텐데 김건태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김정훈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첫 선발승을 따냈지만 김건태라는 새 이름으로는 이번이 첫 선발승이다. 그는 “(정)범모 형과 (이)민호가 승리공을 챙겨줬다”며 손에 들고 있던 공을 들어 보인 뒤 “프로 첫 승 공 옆에 잘 보관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김건태 뿐 아니라 경기 후 투수 리드와 관련해 김경문 감독의 칭찬을 받았던 정범모는 “사실 공은 내가 아닌 민호가 챙겨준 것이다”고 언급한 뒤 “초반에 상대가 변화구를 노리는 것 같아서 경기 중반 대화를 통해 볼배합을 완전히 다르게 가져갔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올시즌 NC에서 함께 새 출발을 한 입장에서 김건태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인사를 남겼다.

-박대웅의 글LOVE : 글러브(glove) 속에 빨려 들어가는 공처럼 몰입력 있는 기사, 글LOVE라는 표현처럼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사랑받을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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