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카운트 단 하나 남기고 무너진 양현종의 완투패…문제는 양현종 아닌 기복 심한 팀 타선과 불안한 불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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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2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1개가 부족했다. 그리고 완봉승 대신 완투패로 고개를 숙였다. KIA 양현종(30)이다.

지난 26일 광주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KIA는 선발 양현종을 내세웠지만 1-3으로 패했다. 이전 한화와의 4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4연패로 고개를 숙였던 KIA다.

그리고 전날 포함, 한화전 5전 5패의 KIA다. 더불어 순위 역시 뒤집어졌다. 기존 4위였던 KIA가 5위, 5위였던 한화가 4위가 됐다.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에서도 아쉬움은 컸다.

양현종의 피칭은 완벽에 가까웠다. 이닝을 거듭하면 할수록 공의 날카로움이 살아났다. 양현종의 기세에 한화가 말리는 느낌이었다. 8회를 넘어 9회가 됐지만 양현종은 글러브를 벗지 않았다.

그럼 9회를 자세히 돌아보자. 8회까지 투구 수는 104개였다. 적지 않다. 하지만 두 경기 연속 완투를 노리는 에이스 양현종의 책임감을 김기태 감독은 외면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1-0, 한 점차 불안한 리드다. 바꿔도 이상하지 않지만 김기태 감독은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럴 수 있다. 그리고 선두타자 호잉과 붙었다. 3구 만에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루다. 투구 수는 107개다. 상대는 5번 김태균이다. 2구 만에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1사 1루다. 아웃카운트 2개 남았다.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양현종이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7번 하주석이다. 이전 세 번의 타석에서 삼진 2개를 이끌어냈으니 양현종은 자신 있다. 초구를 던졌다. 하주석이 큰 파울로 걷어냈다. 김기태 감독이 덕아웃에서 나와 지시를 내렸다. 장타 조심이다.

양현종이 111구째 공을 뿌렸다. 전력을 다한 공이었다. 높게 나갔고, 깜짝 놀란 포수 김민식이 이 공을 급하게 잡아냈다. 의식적으로 양현종이 힘을 실어 던졌다. 이제 힘이 빠졌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112구째 공이 내야에 크게 튀며 우전 안타가 됐고 1사 1, 3루가 됐다. 한 점차 승부에서 주자 두 명이 나갔다. 삼진이 아니라면 당장 실점 위기다. 그래도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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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양성우와 붙었다. 던진 공 4개가 모두 볼이 됐다. 볼넷, 그렇게 2사 만루가 됐다. 이제 실점을 내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교체 타이밍이다. 결국 벤치도 움직였다. 이대진 코치가 나왔다. 교체인가, 그대로인가.

이대진 코치는 양현종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대로 내려왔다. 양현종을 믿고 간다는 김기태 감독의 결단이었다. 모험이었다.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김기태 감독은 에이스를 존중하고 믿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이어 나온 대타 이성열은 3구 만에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2사 만루에서 상대 지성준에게 던진 초구가 그대로 좌익수 옆으로 빠지며 2타점 적시타를 허용, 결과는 1-3 패배였다.

잘 던졌지만, 눈물의 완투패였다. 김기태 감독이 양현종을 신뢰하고 9회까지 계속 던지게 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에이스가 보여주는 혼신의 투구가 팀 선수들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특히나 한화에 4전 전패를 당하고 있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더불어 한화에게도 양현종은 무서운 투수라는 것을 각인 시키고픈 마음이 컸다. 그래서 밀고 나갔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양현종이 아니다. 팀 타선이었다. 단 1득점에 그쳤다. 1회 나지완의 사구로 득점을 따낸 것이 전부였다. 10안타를 쳐냈다. 한화보다 3개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KIA는 단 1점에 그쳤다.

일단 2루타 이상의 장타는 단 1개도 없었다. 득점 자체를 따낼 상황조차 만들지 못했다. 25일 한화전도 7안타 2득점이 끝이었다. 애초에 이 타선으로 이기려고 하는 것이 욕심이었다.

불펜도 마찬가지였다. 김세현에게 몸을 풀도록 주문했지만, 결국 내지 못한 것도 평균자책점 6.52의 김세현을 비롯한 기존 불펜진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었다는 이야기다.

타선도 좋지 않고, 마무리도 불안하기에 어쨌든 에이스 양현종을 믿은 김기태 감독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결국 양현종을 고개 숙이게 했다. 김기태의 믿음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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