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대박 혹은 쪽박의 양상이다.

2018 KBO리그가 총 92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서서히 각 팀들의 전력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시즌은 특히 새 외국인 투수들의 초반 활약이 크게 엇갈리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총 10명의 새 외국인 투수 중 소위 ‘중박’이라고 평가할 만한 선수는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4.29의 성적을 남긴 NC 베렛 정도다. 그 외 선수들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나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먼저 눈에 띄는 새 외국인 투수는 산체스(SK), 후랭코프(두산), 왕웨이중(NC), 윌슨(LG)까지 총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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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SK 산체스는 단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경기에서 3승무패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했으며 등판 경기에서 팀의 전승을 이끌었다. 특히 퀄리티스타트는 기본 임무가 됐을 뿐 아니라 최근 2경기에서는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달성했다. 최고 시속 155km의 빠른 직구와 140km대 중반의 커터를 보유한 가운데 26이닝 동안 내준 볼넷이 단 1개 뿐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두산 후랭코프도 만만치 않은 기세를 나타내고 있다. 4경기에서 3승무패를 기록한 가운데 평균자책점 1.17로 산체스의 바로 뒤를 잇고 있다. 1일 KT전에서 5이닝 3실점을 기록한 것이 유일한 부진으로 평가받을 만큼 안정감을 나타냈는데 실제 나머지 3경기에서는 모두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피안타율 1할2푼8리는 엽기적 수준의 기록이며, 좌타자 24명을 상대로는 아직까지 피안타가 단 하나도 없다.

NC 왕웨이중 역시 수려한 외모와 함께 야구 실력으로도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투수다. 비록 지난 11일 KT전에서 5이닝 5실점(3자책점)으로 무너져 시즌 첫 패배를 떠안았지만 지난 3경기에서는 21이닝 동안 단 4실점 밖에 내주지 않을 만큼 뛰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현재 최악의 9연패 위기에 빠진 NC는 17일 경기에서 왕웨이중을 선발로 앞세워 연패 탈출을 노리고 있다.

LG 윌슨은 4경기에서 1승2패로 승리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퀄리티스타트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으며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된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경쟁력을 갖춘 부분은 바로 탈삼진 능력이다. 25이닝 동안 33탈삼진을 기록하며 샘슨(한화, 31개)을 제치고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산체스, 후랭코프, 왕웨이중, 윌슨 모두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이는 투수로서 커터라는 좋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 요소가 있다. 탈삼진을 기본적으로 잘 뽑아낼 뿐 아니라 땅볼 유도 비율 역시 4명의 선수 모두 리그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 모습.

물론 지난해 NC 맨쉽이 개막 6연승을 질주하는 등 압도적인 초반 행보를 보이다가 결국 페이스가 크게 떨어진 사례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산체스, 후랭코프, 왕웨이중, 윌슨이 보여준 활약은 종전 리그 최고의 투수들과의 경쟁을 더욱 뜨겁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리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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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 외국인 투수들도 상당히 많다. 듀브론트(롯데), 아델만, 보니야(이상 삼성), 휠러, 샘슨(이상 한화)이 그 대상에 포함된다.

듀브론트는 메이저리그 통산 118경기 31승26패 평균자책점 4.89의 화려한 경력에 2013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까지 손에 넣었으나 그의 역투는 시범경기에서 그대로 멈췄다. 정규시즌 4경기에서는 단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지 못했고, 6일 LG전에서는 2.2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는 등 3패 평균자책점 9.68의 초라한 성적에 그쳐 있다.

삼성도 외국인 투수 잔혹사가 되풀이 되는 모습이다. 지난 2016, 2017시즌 삼성 마운드를 책임졌던 총 6명의 외국인 투수는 도합 11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삼성이 2년 연속 9위로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다.

올시즌에도 보니야가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7.63, 아델만이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6.26으로 흔들리고 있어 삼성 팬들의 원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두 선수의 동반 부진과 함께 삼성은 최근 최하위 롯데와의 승차가 지워지는 벼랑 끝에 놓였다.

한화는 불펜과 타선의 막강한 힘을 앞세워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 중이지만 역시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외국인 투수가 좀 더 분발해야 한다. 4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6.86을 기록한 샘슨은 뛰어난 구위를 통해 많은 삼진을 기록 중이지만 제구력이 불안하다. 최근 2경기에서 11이닝 3실점으로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고무적인 대목.

하지만 반대로 넥센과의 첫 등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던 휠러가 흔들리고 있다.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7.29의 성적은 그의 낮은 몸값(연봉 57만5000달러)을 감안하더라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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