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잠실=김성태 기자]"아파서 내려간 것이 아니기에, 일단 계속 보고를 받으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

조심스럽게 말한다. 투수 한 명을 1군에서 뛰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류중일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올리면 팀도 상하고 선수도 상한다. 류 감독은 신중하다.

LG 임지섭은 작년에 제대, 올해 팀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좌완 강속구 투수, 이제는 지겹게 들었을 것 같은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 그게 임지섭었다.

새내기 시절, 구속은 150km를 넘겼지만 제구는 상당히 좋지 못했다. 상무에 가서 조금이라도 제구를 잡고 돌아오길 바랬다. 기록이나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인지, 나름 성과도 있었다.

2017년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다승왕에 평균자책점 1위를 찍었다. 드디어 LG 선발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봤고 그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그 기대는 다시금 '역시나'가 됐다.

지난 3월 29일, 고척 넥센전에 야심차게 선발로 나왔다. 문제는 과정과 결과, 모두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2이닝 동안 3피안타 2피홈런 2탈삼진 2폭투 4볼넷 6실점을 찍었다.

구속을 줄이는 대신 제구력을 키우고자 폼을 수정했는데, 구속과 제구력 모두 떨어졌다. 140km 언저리에서 놀면서 볼넷을 남발하니 타자들이 치기에 딱 적당한 투수가 됐다. 장점이 사라진 평범한 왼손 투수가 됐다.

그렇게 3월 30일, 류 감독은 "좀 더 길게 보려고 한다. 임지섭을 1군에서 제외 시켰다"며 "이상훈 코치의 지도 하에 싹 바꾸려고 한다"라고 못을 박았다. 지금도 임지섭은 2군서 열심히 훈련 중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다시 임지섭을 볼 수 있을까. 14일 경기 전, 류 감독에게 "임지섭은 현재 LG의 전력 외 선수인가"라고 물어봤다. 류 감독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건 아니라고 말한다.

류 감독은 "일단 아파서 내려간 것이 아니기에, 계속 보고를 받으면서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라고 신중하게 대답했다. 복귀 날짜는 알 수 없지만, 류 감독의 머리 속에는 임지섭이 계속 남아있다는 의미다.

그는 "일단 계속 던지게 하면서 향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또 교정하고, 던지다가 또 교정하면서 지켜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습관이라는 것이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에 류 감독도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임지섭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감독 입장에서 버리기 아깝다. 류중일 감독에게 임지섭은 계속 마음에 걸리고 눈에 밟히는 선수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