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고척=박대웅 기자] 프로 입단 4시즌 만에 두 자릿수 등번호를 새긴 지성준이 올시즌 한화의 보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한화는 지난 20일 포수 정범모를 NC에 내주고 투수 윤호솔을 받아오는 맞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마운드에 젊은 피를 수혈했지만 이 트레이드로 인해 한화의 주전 안방마님 최재훈의 어깨는 사실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나 최재훈보다도 입지에 더 큰 변화가 생긴 선수가 있다. 바로 지성준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박대웅 기자
2015시즌 이후 지성준은 모처럼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4년 전에도 김성근 전 감독의 눈에 띄며 초반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당시에는 넘치는 의욕에 비해 여유가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정규시즌 9경기 출전에 만족한 뒤 이듬해부터는 1군 무대에서 좀처럼 그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범모가 트레이드 되면서 다시 한 번 지성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과거에는 베테랑 포수들 곁에서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입장이었다면 현재는 경쟁자 숫자가 많이 줄었고 그만큼 당장의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졌다. 물론 최재훈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지만 올시즌 전까지 1군 통산 10경기 출전에 그친 그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용덕 감독은 지성준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한 감독은 24일 넥센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사실 (최)재훈이가 들으면 안 좋은 말일 수도 있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린 뒤 “포수로서의 안정감을 봤을 때 사실 (지)성준이가 크게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 감독은 이어 “물론 경험이 적기 때문에 실수가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좋은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백업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선수”라며 “강인권 코치에게 중요한 순간에는 사인을 내도록 지시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 감독은 “지성준을 포함해 개막 엔트리에 젊은 선수들을 다수 넣었는데 사실 모험일 수는 있지만 결국 도전 정신이 없다면 팀의 개선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며 꾸준히 믿음을 부여한다면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실제 지성준은 개막전부터 출전 기회를 얻었다. 선발 최재훈이 샘슨과의 볼배합 궁합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긴 한편 공을 종종 빠뜨렸고, 타석에서도 두 차례 삼진 및 홈 태그업 때 아웃이 되는 등 컨디션 난조를 드러내자 한 감독은 7회말부터 지성준을 투입시켰다.

지성준 역시 단 2이닝 만을 책임졌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여주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송은범, 서균, 박상원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넥센의 추가 득점을 막아섰고, 타석에서도 9회 무사 1루에서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경기 막판 넥센 불펜진을 바짝 긴장시켰다. 이러한 모습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한화의 안방도 미래를 더욱 밝힐 수 있을 전망이다.

지성준은 이날 경기 전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막 엔트리에 합류한 소감 및 올시즌에 임하는 각오 등을 밝혔다.

지성준은 “처음 1군 엔트리에 합류했던 2015년에는 지금보다 더 어렸고, 아무 것도 모른 채 경기를 했다면 시간이 좀 더 흐르면서 한결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4년 간의 변화를 설명했다.

지성준은 이어 “(정)범모 형이 (중)학교 선배이신데 트레이드가 됐을 때 묘한 느낌이 들었다.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며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고 언급했다.

지난 시즌 지성준은 2군에서도 자주 출전하지 못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수비 때 심리적으로 불안한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마무리캠프를 거쳐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한용덕 감독에게서 ‘아무도 탓하지 않으니 실수해도 괜찮다. 과감히 하라’는 격려를 받았고, 편한 마음을 가지면서부터 본인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심리적으로 힘을 얻으면서 블로킹과 캐칭 등 기술적인 향상도 함께 따라왔다는 것이 그의 이어진 설명.

경기를 앞두고도 한용덕 감독과 한참 대화를 나눴던 그는 “감독님께서 살이 찌면 끝이라고 하셨다. 군것질을 줄이고 체중 관리를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특유의 넉살좋은 미소를 지었다.

2015시즌 지성준과 처음 인터뷰를 했을 때 그는 등번호 117번을 달고 있었다. 당시 등번호를 달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언급했던 지성준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제 26번이라는 오랜 기간 내심 꿈꿔왔던 새로운 번호를 달고 있었다. 그는 새 등번호에 담은 본인의 꿈을 당차게 밝혔다.

“올해부터 두 자릿수 등번호를 달게 됐는데 남는 번호 중에 사실 26번을 달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한국 프로야구를 이끈 대포수 박경완 선배님의 번호잖아요. 물론 당장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존재지만 같은 번호를 새긴 만큼 올 한해 부상 없이 열심히 훈련해서 계속 1군 무대에 남아보고 싶어요. 이제는 점점 보여줘야 할 시기니까요.”

-박대웅의 글LOVE : 글러브(glove) 속에 빨려 들어가는 공처럼 몰입력 있는 기사, 글LOVE라는 표현처럼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사랑받을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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