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칼럼에서, 각 언론에서 들려주는 10개 구단 스프링캠프 훈련 상황을 지켜 보는 것은 스토브리그의 또 다른 관전 재미라고 쓴 바 있다.

올해는 아시안게임 브레이크(8월 17일~9월 3일)로 인해 시즌 개막전을 1982년 출범후 가장 빠른 3월 24일에 갖는다.

따라서 팀별 훈련 강도에 따라 성적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개막이 1주일 정도 빠르다고 페이스를 덩달아 높이면 부상 위험이 커, 적절히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시즌후 받아볼 성적표를 결정한다.

kt가 지난달 29일 애리조나 투산으로 건너가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했다. kt wiz 제공
이런 면에서 kt 위즈는 좀 조급해 보인다. kt는 10개팀 중 가장 빠른 지난 8일, 자체 연습경기(청백전)를 가졌다. 김진욱 감독은 “개막이 빨라졌으므로 페이스 올리기도 빨라져야 한다.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데 실전만한 것이 없다”는 지론이다.

하지만 급격히 페이스를 올리면 부상 위험이 따른다. 연습경기도 경기인 만큼 투수들이나 야수들이 슬렁 슬렁 던지고, 치고, 또 달릴 순 없지 않은가.

장성우가 이날 홈런 두방을 날리자 한껏 고무된 김진욱 감독은 “올해 팀 성적은 장성우에게 달렸다. 장성우가 목표인 20홈런 80타점을 올리면 중위권 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시작 8일만의 경기라면 투수들의 공이, 과장되게 말하면 ‘프리배팅볼’ 수준이다. 등판한 투수들도 신인급이었다. 이런 공을 홈런으로 만들었다고 감독이 흥분을 하면 투수나 타자들이 컨디션 조절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장성우는 10일 니혼햄 파이터즈와의 평가전에서는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했다.

kt는 두산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니퍼트와 메이저리거 황재균의 합류로 3년 연속 10위의 수모를 씻어낼 절호의 찬스로 잡고 있지만, 김감독의 오버 페이스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화 역시 조급한 페이스다. 친정팀 한화에서 생애 첫 지휘봉을 잡은 한용덕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며 캠프 기간동안 총 14번의 연습경기(청백전, 평가전 포함)를 갖는다고 밝혔다.

한화는 최근 10년간 가을야구 초대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2009년 이후 8년간 ‘8→8→7→8→9(이상 9구단 체제)→6→7→8위’로 바닥을 전전했다. 이런 탓에 한 감독의 넘치는 의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틀에 한번꼴로 연습경기를 치르면 짜임새있는 ‘공수(攻守) 훈련 시스템’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어느 팀이든 초보 감독의 의욕이라는 ‘함정’을 조심해야 되는데, 한화는 한감독의 과욕이 문제가 될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임효준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포효하고 있다.

지난 9일 개막된 평창올림픽에서는 단연 쇼트 트랙의 짜릿한 승부가 흥미 만점이다. 지난 10일 남자 1500m에서 첫 금맥을 캔 임효준(22)의 레이스를 살펴보자. 임효준은 스타트때 중위권에 있었으나 세바퀴를 남기고 1위에 올라선 뒤 이를 악문 질주 끝에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올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도 쇼트 트랙 1500m와 비슷한 양상이 점쳐진다. 처음부터 선두로 뛰쳐 나가면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이후 힘이 부쳐 결국엔 중위권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Slow&steady wins the race’라는 서양 격언을 교훈삼아 스프링캠프부터 여유있는 레이스를 펼치는 팀이 부상 선수를 최소화해 가을 야구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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