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화에게도 이제는 달리는 야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한화의 가을야구 도전을 가로막았던 가장 큰 장애물은 부상과 투수 력 빈곤이었다.

타선의 경우 어느 정도 짜임새가 갖춰졌다. 지난 시즌 한화는 팀 타율 5위(0.287), 홈런 5위(150개), 출루율 6위(0.350), 장타율 6위(0.435) 등을 기록했다. 빼어나지는 않지만 크게 뒤지지도 않는 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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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정적으로 점수 연결이 많지는 않았다. 타점(684점)과 득점(737점)에서 모두 8위에 그쳤다.

득점권 타율(0.290, 5위)에서 결코 나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희생번트는 85개로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득점권 타석이 1571회(7위)로 잦은 편은 아니었다. 방망이의 문제가 아닌 기동력 부족이 주된 이유였다.

한화는 2017시즌 팀 도루 64개로 전체 9위에 머물렀다. 이 부문 최하위 SK(53개)의 경우 압도적으로 많은 홈런을 쏟아냈기 때문에 무리한 베이스러닝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팀이다. 한화는 도루 성공률에서도 5할9푼3리에 그치는 등 양과 질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화는 2014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 정근우를 동시에 FA 영입하며 기동력 걱정을 지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약점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 시즌 70도루로 9개 구단 중 8위에 그쳤다.

2015시즌부터는 새롭게 사령탑을 맡은 김성근 전 감독이 선수들의 체중 감량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역시 반등이 없었다. 오히려 80도루를 기록해 10위까지 추락했으며, 2016시즌에도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최근 4시즌 동안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팀 300도루를 넘지 못한 팀이 한화다.

물론 정근우, 이용규의 영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전혀 아니다. 두 선수는 첫 FA 4년 동안 도합 152도루를 합작해내며 팀 전체의 54.7%에 해당되는 비중을 책임졌다. 지난 시즌 도합 16도루로 페이스가 크게 떨어졌을 뿐 4년으로 놓고 보면 최소 기동력에서만큼은 본인들의 몫을 확실히 다했다.

그러나 두 선수 외에 한화의 다리 역할을 해준 선수가 사실상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시즌 한화는 이용규와 함께 팀 도루 1위(10개)에 오른 선수가 로사리오였다.

이상군 전 감독대행의 언급대로 로사리오가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민첩함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거포형 중심타자가 최다 도루까지 책임져야 했을 만큼 팀 사정이 좋지 못했다.

최근 4시즌으로 범위를 넓히면 더욱 처참하다. 정근우(81도루), 이용규(71도루)의 뒤를 잇는 선수가 하주석으로 도루 숫자는 단 12개에 그쳤다.

장민석, 로사리오(이하 11도루)까지 총 5명의 선수를 제외하면 두 자릿수를 넘어선 선수도 없었다. 같은 기간 다른 9개 구단이 두 자릿수(4년 합계) 도루 선수를 평균 11.2명 배출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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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8시즌 기동력 상승에 대한 희망 요소들이 있다. 이용규와 정근우가 지난해 하락세를 보였고, 정근우의 경우 1982년생으로 노쇠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건강이 뒷받침된다면 두 선수는 재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

호잉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빅리그 경력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호잉은 마이너리그 통산 852경기에서 111홈런 128도루를 기록해 장타력과 함께 빠른 발도 자랑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2년 연속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호잉 스스로도 다재다능함을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호잉은 “슬럼프에 빠질 경우 기습번트를 해서라도 출루할 것”이라며 본인의 빠른 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강상원, 이동훈 등 외야 경쟁에 뛰어든 젊은 피들 역시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물론 빠른 발에 비해 타격 능력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비시즌 동안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용덕 감독은 달리는 야구를 선호하는 편이다. 기간은 짧지만 2012년 감독 대행으로서 28경기를 이끄는 동안 한화는 팀 도루 40개로 전체 2위에 올랐다.

한대화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전 105경기에서 67도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으나 과감히 달리는 팀 컬러를 빠르게 입혔다. 성공 개수 뿐 아니라 도루 성공률 역시 6할4푼4리에서 7할1푼4리로 상승했으며, 당시 하주석과 오선진, 최진행까지도 발 야구를 적극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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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력 보완이 중요하지만 부상은 늘 경계해야한다. 한화는 2017시즌 햄스트링 부상자만 무려 9명에 달했다. 햄스트링은 달리거나 급격하게 방향 전환을 시도할 때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상 방지를 위해 기동력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화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기술 훈련을 줄이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철저한 준비 속에서 건강 야구를 실현해낸다면 기동력도 자연스럽게 올라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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