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SK 박경완, 삼성 진갑용, 두산 조인성.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전영민 기자] 대학시절부터 국가대표 포수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세 명의 포수가 이제는 KBO리그 배터리 코치로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이만수 이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포수 계보를 이은 SK 박경완(46), 삼성 진갑용(44), 두산 조인성(43). 대학 시절부터 함께 대표팀 생활을 하며 정을 쌓았던 세 코치는 모두 올 시즌부터 각 구단의 1군 배터리 코치로서 팀의 우승을 위해 힘쓸 예정이다.

각종 역대 포수 기록을 갈아치웠던 박경완 코치는 선수 시절 뛰어난 투수 리드와 도루 저지 능력으로 ‘포도대장’이라 불리기도 했다. 쌍방울에서 현대로 이적한 뒤에는 공수 양면에서 현대 왕조가 구축되는데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에는 KBO 리그 최초 4연타석 홈런 포함 총 40홈런을 기록하며 정규 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2001년에는 포수 최초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2002년 SK로 팀을 옮긴 후에도 세 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등번호 26번은 SK 구단 최초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다.

진갑용 코치는 소속팀 삼성의 2002년 통합 우승, 2005~2006년 2년 연속 우승에 기여한 것뿐 아니라 2011년 이후 삼성 왕조의 주 동력이었다. 공교롭게도 진갑용이 은퇴하자 삼성의 통합우승 신화도 막을 내렸다.

또한 1998년 아시안게임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포수로서 활약하며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선수 생활 은퇴 이후 원정 기록원,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지도자 연수를 거친 진갑용은 올 시즌부터 삼성 1군 덕아웃에서 배터리 코치를 맡는다.

조인성 코치는 지난해 6월 소속팀 한화로부터 방출을 통보받았다. 시즌이 끝난 것이 아니었기에 타 팀에서 영입 제안도 받았지만, 그는 결국 지난 11월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하고, 12월에 두산에 배터리코치로 합류했다.

홈 플레이트 뒤에 앉은 채 2루로 송구해 주자를 잡아내는 ‘앉아 쏴’는 조 코치가 20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타격에서 정점을 찍었던 2010년 조인성은 KBO리그 포수 최초 107타점을 기록하며 프로야구사에 족적을 남겼다.

SK 이재원. 스포츠코리아 제공
우선 박경완 코치의 임무는 주전 포수 이재원(30)의 약점 메우기다. SK는 지난해 주전 포수 이재원이 공수 양면에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 시즌 114경기 출전 314타수 76안타 9홈런 42타점 타율 2할4푼2리 OPS 6할6푼8리를 기록하며 타 구단 주전 포수들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 면에서도 문제가 컸다. 2016시즌 3할6푼이었던 도루저지율이 2017시즌 2할3푼으로 수직 하락했다. 패스드볼, 블로킹, 포수 평균자책점 등 2017시즌 모든 지수가 2016시즌보다 떨어졌다. 이에 SK는 시즌 후반부에 이홍구(28)와 이성우(37)를 선발로 출전시켰다.

오는 2018시즌을 앞두고 이홍구(28)는 군입대를, 이성우(37)는 고령의 나이가 있기에 이재원의 부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절치부심한 이재원은 시즌 종료 후 마무리 캠프에 자진 참가했다. 34일 동안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하며 의지를 다졌다. 박 코치는 이재원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배팅 훈련량을 늘리는 한편 수비에서는 디테일한 부분에 노력을 기울였다.

삼성 이지영.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 시즌부터 1군에 합류한 진갑용 코치는 자신이 은퇴한 이후 몰락한 삼성 왕조의 부활 임무를 맡았다. 특히 이번 FA시장에서 국가대표 강민호(33)를 영입한 만큼 삼성 구단의 재건 의지는 어느 때보다 크다.

강민호가 있기에 진 코치가 큰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일부 주장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강민호가 아니라 진 코치 은퇴 이후 꾸준히 안방을 지켜온 이지영(32)이다.

이지영은 2016년 129경기 출전 390타수 116안타 7홈런 50타점 타율 2할9푼7리 OPS 7할1푼1리를 기록하며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5경기 출전 302타수 72안타 26타점 2할3푼8리 OPS 5할7푼9리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출전 경기 수도 최근 3년 중 가장 적었다.

2016년 FA 이원석 영입 보상 선수로 이흥련(29), 2017년 FA 강민호 영입 보상 선수로 나원탁(24)을 내준 삼성으로서는 이지영이 확실한 카드로 자리 잡기를 원하고 있다. 진 코치의 주 임무는 이지영이 강민호의 백업의 역할이 아니라 강민호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수로 만드는 것이다.

두산 박세혁. 스포츠코리아 제공
조인성 코치는 포수 트레이닝뿐 아니라 경험 전달이 중요할 전망이다. 최근까지 선수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생생한 경험이 많다. 더불어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경험이 필요하다’는 평을 받아온 박세혁(28)에게는 조 코치가 그간 쌓아온 데이터가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사실 박세혁은 지금 당장이라도 다른 팀에 가면 주전 선수로 활약이 가능하다. 박세혁은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주전 포수 양의지가 손가락 골절로 자리를 비운 사이 18경기 출장 60타수 16안타 1홈런 5타점 타율 2할6푼7리로 활약했다.

그 기간 동안 박세혁은 타격뿐 아니라 4할4푼4리의 도루 저지율을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양의지의 충분히 공백을 메웠다. 그 결과 차기 국가대표 포수 후보로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세기 국가대표 안방을 책임지던 박경완, 진갑용, 조인성은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우연찮게 세 명 모두 올 시즌부터 1군 배터리 코치가 됐고, 모두 21세기 국가대표 포수들을 지도하게 됐다. 21세기 국가대표 포수들이 20세기 대표의 경험을 받아 발전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여부는 다가올 스프링 캠프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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