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도루를 달성한 이대형,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길준영 기자] 이대형(35)과 kt는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를 선언한 이대형과 kt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kt는 기본적으로 이대형을 잔류시킨다는 입장이지만 계약기간과 규모에서 이대형과 이견이 크다. kt는 최대 2년 이내의 단기계약을 원하지만 이대형은 3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kt는 긴 계약기간을 보장하면서까지 이대형을 잡을 정도로 절실하지 않다. 이대형은 분명 상징성이 있는 선수다. 2015년 kt가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을 때부터 3년간 테이블세터로 활약했다. 지난해는 KBO리그 역대 세 번째 500도루를 달성하기도 했다.

대신 전력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이대형은 지난 4년간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6.17을 기록했다. 이번 FA시장에 나온 선수 20명(해외파 포함) 중에서는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나쁜 편은 아니다. 일찌감치 SK와 재계약한 정의윤(6.27)이나 사인 앤 트레이드로 롯데에 합류한 채태인(6.06)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성적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대형은 WAR -0.10을 기록해 FA시장에 나온 선수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WAR를 기록했다. 오히려 팀에 해가 됐다는 의미다.

빠른 발은 여전히 살아있다. 지난 시즌 23도루에 도루성공률 85.2%를 기록했다. 여전히 슈퍼소닉의 명성에 모자람이 없었다.

문제는 출루율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이대형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출루율 3할7푼(14년 0.372 15년 0.370 16년 0.368)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3할1푼5리로 급락했다. 출루율이 낮아지니 강점인 빠른 발도 발휘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더구나 지난해 8월 무릎부상을 당해 아직 재활중이다. 당장 스프링캠프 참가는 커녕 이번 시즌 전반기 복귀도 불투명하다.

또한 kt는 이대형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 당장 지난 시즌 이대형보다 높은 OPS(출루율+장타율)를 기록한 외야수만 7명이다.

이번 시즌 kt의 중견수와 우익수는 로하스와 유한준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남은 좌익수 한자리를 두고 6~7명이 경쟁한다. 이대형이 kt와 재계약한다면 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어야한다.

2018년 kt 좌익수 후보와 이대형의 2017년 성적 / 표 = 길준영 기자
오정복(311이닝)은 지난 시즌 이대형(438.2이닝)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한 좌익수다. 타격성적도 괜찮았다. 김진곤-전민수-하준호-김지열은 지난 시즌 1군에서 적지 않은 기회를 얻었다. 올해 역시 계속해서 1군에서 기회를 받을 것이다.

여기에 내야수 오승택이 외야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오승택의 타격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9홈런으로 좌익수 경쟁자 중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날렸다.

대형신인 강백호도 유력한 좌익수 후보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지명 전체 1순위로 kt의 부름을 받은 강백호는 아직 프로에서 단 1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진욱 감독은 벌써부터 강백호를 주전 좌익수로 공언하고 있다.

강백호는 고척돔 개장 1호 홈런의 주인공일 정도로 파워가 있고 잠재력이 높은 신인이다. 스프링캠프에서의 모습과 시범경기 활약을 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개막전 좌익수를 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처럼 대체자원이 풍부하다보니 kt로서는 이대형에게 매달릴 이유가 없다. 적절한 계약을 제시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대형의 타구단 이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FA보상 문제도 있으며 이미 거의 모든 구단들이 외부영입을 마쳤다. 이대형 입장에서는 kt가 재계약 의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최준석과 이우민은 원소속구단인 롯데가 재계약 불가 선언을 해 FA미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kt에 잔류한다 해도 이대형이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FA시장의 상황은 베테랑들에게 유난히 냉혹하다. kt는 단기계약을 원한다. 결국에는 이대형이 눈을 낮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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