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지인중 야구팬들은 내년 우승팀이 어디가 되느냐고 묻는다? “기아가 우세할 것 같은데, 글쎄…”라고 말끝을 흐리게 된다.

왜냐? 정답은 ‘시즌 준비를 잘한 팀‘이기 때문이다. 시즌 준비를 잘한 팀이 우승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십년 야구판을 지켜봤다는 전문가가 초보 야구팬도 할수 있는 예상을 내놓다니?

여기엔 속사정이 있다. 올해는 3월 24일에 시즌 오픈을 해 사상 최단 시일 개막전을 갖는 다. 아시안게임으로 8월 17일부터 9월 3일까지 18일간 휴식기간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2월 1일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부터 3월 24일 시즌 오픈까지 51일간, 어느 팀이 효율적으로 선수단을 운용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1월 개인훈련, 2~3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잘 치러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렇지만 제대로 실행하는 팀은 많지 않다. ‘정답’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KIA는 지난해 차분하게 시즌을 준비한 덕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연합뉴스

시즌이 빨리 시작된다고 페이스를 급히 끌어 올려서는 안된다. 특히 투수들은 대부분 시즌 개막 때는 정상 컨디션의 80~90%를 유지해 왔다. 시즌이 빨라진다고 페이스를 일찍 조절하면 ‘한해 농사’를 망칠 수가 있다.

LG 류중일 감독은 현명하게 시즌 초반 6선발 운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가. 투수들의 등판 간격을 하루라도 늘려 100% 컨디션 때까지 시간 여유를 주자는 것. 야수들도 마찬가지. 예년과 달리 시범경기는 그야말로 ‘시범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테스트해야 한다.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시즌 초반 성적에 승부를 걸어서는 절대 안된다. 시즌이 6개월 반인 것을 명심해 ‘슬로 스타트’를 하는 게 최후의 승자가 되는 비결이다.

42.195km를 뛰는 마라톤에서 정상급 마라토너들은 35km 지점부터 막판 스퍼트를 올린다. 이처럼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끝나는 9월 4일(한 시즌을 기준, 마라톤의 30~35km 지점)부터 전력을 쏟아 부어야 멋지게 결승 테이프를 끊는다.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실전을 방불케하는 연습경기 및 훈련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일부 팀들은 5강에 들기가 매우 어렵다. 시범경기에서 열을 올려서도 안된다. 기아는 2013년 시범경기에서 9승 2패로 1위를 했으나 시즌 성적은 8위에 그쳤다. 삼성 역시 2016년 1위를 했으나 최종 성적은 9위.

지난해 두산이 왜 시즌 중반까지 고전했는지는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3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팀의 주전 8명을 차출당했기 때문이다.

한창 페이스를 조절해야 할 시기에 WBC에서 한국시리즈급인 격전을 치러야 했으니 팀의 주전급들이 부상이나 부진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겨우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고 결국 한국시리즈 3연패 달성엔 실패했다. 감독으로서는 어떤 핑계를 대든 ‘5~6명 차출’을 고수 했어야 했다.

팀이 앞서 나가도 선수 개인적으로 ‘현명하게’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 페이스 조절 실패의 극단적인 예는 신인왕을 차지한 넥센 이정후다. 이정후는 신인왕 타이틀을 위해, 또 팀의 5강 진출을 위해 지난 시즌을 엄청 바쁘게 달렸다. 10월 3일 시즌 폐막후 휴식을 취해야 하나 11월의 아시아프로베이스볼챔피언십(APBC) 국가대표로 선발돼 쉴 틈이 없었다.

APBC가 끝난 후 휴식을 가져야 함에도 무리하게 개인훈련을 하다 12월 26일 오른쪽 넷째 손가락 끝마디 골절상을 당했다. 6주간 치료와 재활을 해야 한다.

스프링캠프 참가가 힘드니 시즌 오픈후 한참 있다 제 컨디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기계가 아닌 이상 ‘6개월 반’의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 최소 한달은 푹 쉬어야 한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시즌 종료와 함께 라커룸에서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하고 연말까지 휴식을 갖는다. 골프, 낚시, 여행, 등산 등 평소 못한 취미 생활로 재충전한다. 칠판에 글이 가득 씌어져 있으면 깨끗이 지우고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실천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중국 명나라의 학자 왕양명이 설파한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을 각 팀들이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또 서양 격언인 'Slow&steady wins the Race(천천히, 그리고 착실히 준비하면 이긴다)‘를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한다. 팬들로서는 언론들의 뉴스를 보며 어떤 팀이 무리하게 훈련하고, 어떤 팀이 지혜롭게 준비하는 가를 살펴보는 것은 올해 스토브리그의 또다른 관전 묘미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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