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메이저리그 광풍이 불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이젠 메이저리그 유턴파가 더 많다. 황재균의 kt와의 FA계약, 김현수의 LG 입단에 이어 9일 박병호까지 넥센으로 돌아왔다.

그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누군가는 한국에서 그렇게 잘했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돌아온 것에 대해 한숨을 쉰다. 한국야구 수준을 깨달았다는 것.

또 다른 누군가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렇게 실패한 선수들이 국내에서 많은 돈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한다. 또 다른 이들은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안착하지 못한 실패자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자일까.

ⓒAFPBBNews = News1
▶실패자라면 ML 가지 못하는 선수는 실패자보다 아래 단계인가

‘실패자’라는 단어의 뜻만 놓고 보면 김현수, 황재균,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선 실패한 것이 맞다. 물론 의지가 있었다면 더 도전하고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릴 수도 있었겠지만 더 좋은 조건과 편한 환경이 제공되는 국내 무대로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들을 실패자라는 프레임 속에 가둬 평가절하 한다면 메이저리그를 가고 싶어도 아예 메이저리그에서 관심도 가지지 않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실패자보다도 못한 선수로 만들어버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의 선수들이 실패자보다 못한 선수가 가당키는 한 것인가. 프로구단에 입단하고 선수로 뛴다는 것만으로 이미 한국에선 높은 주목도와 인기를 얻는 특별한 것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 도전은 계속되어야한다

실패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도전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세계 야구의 최고봉이라는 메이저리그에 늘 도전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도전하다보면 깨지고 부딪치고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러는 사이 추신수, 류현진처럼 살아남고 인정받는 선수도 나오는 것이며 이들을 보고 또 어린 선수들은 꿈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최고를 향한 갈망, 그리고 그 자격이 되는 이들의 실질적인 도전이야말로 한국야구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우물 안 개구리로 남는다면 결국 야구는 우리만의 공놀이가 될 뿐이다.

ⓒAFPBBNews = News1
당장 내일 부상을 당해 자신의 가치가 추락할지, 아니면 시장상황이 바뀌어 자신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예전보다 적은 금액의 계약을 따낼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메이저리그행을 택하는 것은 분명 도전정신 그 자체로 이해해야한다.

당장 박병호의 경우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해지에 합의하지 않았다면 올해 넥센에서 받는 15억원의 연봉보다 많은 약 33억원(약 300만달러)의 연봉이 보장됐었다. 김현수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2년 약 77억원을 받았고 LG와의 계약에서는 4년 115억원으로 연봉에서는 도리어 메이저리그가 더 컸었다.

▶메이저리그를 ‘협상용’으로 악용하진 말아야… ‘실패자’ 낙인의 위험성

물론 메이저리그가 어느 순간 협상용 혹은 몸값 올리기로 실제 국내 FA계약에서 악용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본인은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없지만 ‘메이저리그로 갈 수 있다’는 소문을 흘려 몸값을 끌어올리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렇게 메이저리그를 단순 협상용으로 악용하는 선수들 때문에 진지하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어하고 비록 한국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다할지라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꿈꾸는 이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도전했고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런 그들을 무작정 실패자로만 간주한다면 향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꿈꾸는 이들은 선배들을 향한 ‘실패자’ 낙인에 지레 도전을 접을 가능성마저 낳을 수 있다.

도전을 하다보면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 모두에게 실패자 낙인을 찍으면 낙인이 두려워 도전 자체를 하지 못한다.

물론 그들로 인해 한국 야구의 수준이 아직 세계 수준과 차이가 있음이 절감됐기에 안타깝고 미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이 메이저리그에 가지 않았다면 현실을 외면하고 알 수 없었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 발전은 차가운 현실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그들의 소중한 '실패'의 경험은 더 나은 한국 야구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AFPBBNews = News1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