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한국야구위원회) 22대 총재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구단주총회(서면)에서 선임됨에 따라 이제 야구인들의 시선은 새 사무총장 선출에 쏠리게 됐다. 사무총장은 KBO 행정의 실무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운찬 총재가 이전 총재와 달리 중장기 발전 계획 수립이나 프로야구계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실무를 총괄하는 이는 사무총장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자천, 타천 10명 가량의 사무총장 후보가 구단 사장들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을 활발히 벌인다고 한다. 또 물러나는 구본능 총재가 신임 총재에게 총장 후보를 추천했다고도 한다.

이는 사실과는 동떨어진다. 구단 사장들이 사무총장 후보들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거의 없고 구 전 총재가 감히(?) 신임총재에게 추천을 할 수가 없는 탓이다. 어떤 사무총장 후보가 아주 친분이 있는 사장이나 정 총재의 측근에게, 혹은 정치권 실세에게 부탁을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은밀히 진행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파악되기는 어렵다.

사무총장 인선을 앞두고 있는 정운찬 신임 KBO 총재.

새 사무총장은 오로지 역대 총재 중 최고 거물급인 정 총재가 야구계 안팎의 사람들로부터 여론을 들은 뒤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야구인들의 제안처럼 사무총장은 공개모집을 통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만 이번에도 실현이 어렵다.

현재 거론되는 사무총장 후보군은 네가지 타입이다. 첫째 내부승진, 두 번째 구단 사장 출신, 세 번째 현역 포함 언론인, 네 번째는 야구인 출신이다. 네 타입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사무총장 자격으로 행정력, 조직 장악력, 중장기 비전 제시 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KBO 이사회(사장단 회의)를 얼마나 잘 이끄느냐다.

프로야구계 주요 정책과 현황 해결은 이사회에서 모두 이뤄진다. 이사회의 좌장격인 사무총장은 구단간의 첨예한 이해가 엇갈리는 이사회를 합리적으로 또 결단성 있게 중재, 조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무총장은 구단 사장들을 이끌 무게감 있는 이가 맡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내부 승진은 문제가 있다. 내부 승진자(후보중 사무차장이 최선임)는 KBO에서 20여년 근무해와 KBO 내부 사정에 밝고 행정, 기획력도 뛰어나 신임 총재를 보좌할 적임자다.

하지만 구단 사장과의 관계에서 ‘을’인 것이 문제다. 이제까지 구단 사장들을 “B사장님, C사장님~”으로 호칭하다 갑자기 “B사장, C사장~”하기는 껄끄럽다. 호칭뿐 아니라 이사회 운영에 있어서도 구단간의 이해 충돌을 과감히 조정하기가 어렵다.

현 양해영 사무총장이 바로 그 케이스다. 양 총장은 사무차장에서 사무총장으로 승진한 6년전 ‘이전까지 사장님으로 모시던 이사회 멤버’들 앞에서 제대로 지휘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양 총장이 “이래서는 안된다”고 중심을 잡은 것은 몇 달후였다고 한다.

그런면에서 구단 사장 출신도 한계가 있다. 얼마 전까지 동료였던 사장들의 구단 이기주의식 제안을 결단력 있게 제어할 수 있을까.

언론인이나 야구인출신은 이사회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KBO 내부 문제나 야구계의 현황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느냐가 총장 자격의 관건이다. 실무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흠이다. 후보군들의 장단점을 얼마나 잘 헤아리느냐. 정운찬 총재의 ‘솔로몬 지혜’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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