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외국인 선수가 은퇴식을 치르는 모습. KBO리그에서는 아직 꿈같은 이야기다.

2014년 3월. K리그 역사에 남을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FC서울 소속의 아디가 전남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공식 은퇴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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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는 2006년부터 무려 8시즌 동안 서울과 인연을 맺었다. K리그 264경기를 포함해 총 305경기를 뛰었다. 단지 외국인 선수로 분류됐을 뿐 팬들에게는 국내 선수와 똑같은 ‘서울의 레전드’ 중 하나였다.

서울 팬들은 아디가 남긴 공을 기리기 위해 총 305명이 그의 등번호 8번을 그라운드에 수놓았다. 헌정 영상이 공개됐고, 홈팬 모두가 응원 구호를 외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가족들과 함께 은퇴식에 참석한 아디도 이같은 구단과 팬들의 정성에 눈물을 쏟았다.

프로스포츠의 세계는 전쟁터와도 같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면 특급 대우를 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

외국인 선수 슬롯은 일반적으로 전력 상승의 기대치가 큰 요소이기 때문에 훨씬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국내 스타가 기량이 떨어지면 성대한 은퇴식 속에 유니폼을 벗지만 외국 선수는 팀에 큰 공헌을 하더라도 내리막이 찾아오는 순간 냉정하게 결별 통보를 받고 남이 되는 경우가 많다.

KBO리그의 니퍼트 역시 최근 두산과 결별을 했다. 두산이 세스 후랭코프를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 합류시킨데 이어 롯데 린드블럼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니퍼트는 2018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오를 수 없게 됐다.

두산은 니퍼트의 기량이 후반기 들어 급격히 떨어진 점을 놓고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그를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시키며 최소 157만5000달러를 보장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고, 끝내 린드블럼 영입으로 니퍼트와의 결별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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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세계에서 비일비재한 일이기는 하지만 니퍼트의 경우 두산 뿐 아니라 KBO리그 내에서도 쌓은 업적이 독보적인 선수였다. 2016년 정규시즌 MVP에 등극한 것을 비롯해 통산 7시즌 동안 94승(43패)을 챙겨 리오스가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베어스 소속으로도 94승은 장호연(109승) 다음 위치다.

올시즌 하락세가 찾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니퍼트는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동료들을 이끄는 모습, 그라운드 밖에서의 선행 등 경기 외적으로도 귀감이 되는 선수였다.

두산이 니퍼트와 재계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할 의무는 없다. 현역 의지가 있는 니퍼트에게 은퇴식을 논하기도 사실 이르다. 하지만 팀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선수와 하루아침에 갈라선 모습에 많은 두산 팬들이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의 경우 2013년 바티스타를 시작으로 해마다 팀을 떠난 외국인 선수에게 사진 액자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선수가 보여준 성적을 떠나 최소 한 시즌이라도 팀을 위해 뛰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큰 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에게는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평생의 추억이 된다.

두산이 린드블럼 영입 발표 시 그동안 헌신한 니퍼트에 대해 최소한의 감사 언급 한 마디를 함께 넣는 것이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젊은 나이’, ‘위력적인 구위’ 등 린드블럼이 니퍼트에게 우위를 점하는 부분을 거론하며 새로운 영입의 이유만 나열한 것보다는 훨씬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어쨌든 니퍼트조차 원클럽맨으로서 은퇴식의 꿈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KBO리그에서 향후 K리그의 아디와 같은 훈훈한 이별 사례를 만드는 것은 아직도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결국 니퍼트도 두산 구단에게는 '용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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