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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두산에서 은퇴하고 싶다.”

이는 니퍼트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밝혀왔던 희망이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니퍼트와 두산이 7년 간의 인연을 뒤로 하고 결별했다.

두산은 11일 린드블럼과 총액 145만 달러(약 1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니퍼트는 다음 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을 수 없게 됐다. 이미 두산이 전날 세스 후랭코프를 새 외국인 투수로 합류시킨데 이어 린드블럼과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그동안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였으며, 특히 두산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선수였다.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입성한 니퍼트는 15승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단숨에 정상급 외국인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14시즌까지는 타이틀만 없었을 뿐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함께 이닝 이터로서 진가를 발휘하며 두산 마운드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2015년에는 잦은 부상으로 20경기 출전에 6승5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니퍼트는 보란 듯 이듬해 화려한 부활을 이뤄냈다.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의 성적으로 두산의 통합 우승을 책임졌고, 당당히 정규시즌 MVP에 등극했다. 210만 달러(약 24억5000만원)의 역대 최고 대우 속에 7년째 두산과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올해도 니퍼트는 2016시즌의 임팩트를 이어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변함없이 인상적인 활약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총 30경기에서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으며,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은 179.2이닝을 책임지기도 했다. 탈삼진(161개)은 커리어 하이에 해당되는 수치였다.

특히 니퍼트는 7월21일 잠실 한화전에서 시즌 두 자릿수 승리와 함께 통산 90승 고지를 밟았다. 또한 6일 뒤 kt를 상대로 또 한 번 승리를 따내 리오스를 넘어 외국인 투수 통산 최다승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3승을 더 보태 2018시즌에는 통산 100승에 대한 기대감마저 부풀렸다. 순수 베어스에서만 10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가 오직 장호연(109승) 뿐임을 감안하면 니퍼트가 두산에서 남긴 업적이 얼마나 위대한지 짐작할 수 있다.

단지 성적 뿐 아니라 니퍼트는 그동안 훌륭한 인성을 통해 두산 젊은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좋은 활약을 펼치면 언제나 포수 양의지를 비롯한 불펜 투수들에게 공을 돌렸고, 구원 투수를 자청하거나 투수조 미팅을 직접 소집하는 일도 있었다. 스스로가 외국인 선수임을 거부하며 두산의 일원임을 강조해왔다.

니퍼트는 경기장 밖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했으며, 서울특별시복지상 복지후원자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두산 팬들이 니퍼트를 ‘니느님’으로 칭송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처럼 두산에 큰 공을 남긴 니퍼트였지만 그조차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1981년생으로 다음 시즌 만 37세에 접어드는 점, 올해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4.99에 그쳤고 포스트시즌에서도 극심한 부진에 그친 점이 끝내 두산과의 재계약에 발목을 붙잡았다.

모든 팀들에게 외국인 선수 슬롯은 전력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큰 곳이다. 부상 또는 부진한 모습이 나올 경우 시즌 도중에도 교체가 빈번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 또는 의리'로 선수를 마냥 안고 가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프로의 세계 자체가 냉정하지만 외국인 선수에게는 재계약의 기준이 더욱 엄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두산 선수임을 강조해왔던 니퍼트 역시 하락세가 찾아온 시점에서는 예외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많은 팀들이 이미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마무리했거나 그동안 살펴본 선수와 최종 접촉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니퍼트를 다음 시즌 계속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KBO리그에서 활약할 여지는 있지만 그가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총 99번의 승리를 책임진 니퍼트가 아쉬움 속에 두산과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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