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아 타이거즈의 조계현 수석코치가 단장으로 전격 선임됨으로써 이제 10개 구단의 선수출신(선출) 단장은 모두 7명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선출 단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연 ‘선출 단장’은 신(神)의 한수일까? ‘선출 단장’들은 팀의 부족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메꾸고 전력 보강을 이뤄 성적을 끌어올리는 절묘한 수들을 엮어낼까?

‘선출 단장’에 대한 평가및 예측을 하며 사회 여러 분야에서의 비슷한 사례들과 견줘본다.

선수 출신 단장에 오른 조계현 KIA 신임 단장(오른쪽)과 홍종학 삼성 단장.

*주요 신문사 중 A사는 몇해전 까지만 해도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오랫동안 갖췄다. 신문사는 독특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기자 출신을 대표로 맡기면 경영을 잘 모르고, 경영쪽 임원은 신문 제작 부문을 모른다.

어느 파트든 단독 대표는 모르는 부문을 익히는 데 꽤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그래서 기자-경영 출신의 두 대표이사를 항상 임명해 신문 경영의 효율성을 꾀했다.

야구단 단장도 마찬가지다. 선수 출신 단장은 행정이나 조직, 경영을 모르는 단점이 있고, 비선수 출신 단장은 야구의 기능적인 부분을 거의 모른다. 야구단같이 작은 규모의 조직에서 두명의 단장을 임명하기는 비경제적이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 그룹 계열사의 업무 담당 임원급이나 구단 프론트 출신이 단장을 맡아 왔다.

‘선출 단장’은 신인 스카우트,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와 FA(자유계약선수) 영입 등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단장은 조직 관리자여서 디테일까지 속속들이 챙길 수는 없다.

예를 들어보자. 신인 스카우트는 스카우트 담당 직원들(모두 선수 출신)이 1년 내내 전국을 돌아다니며 옥석을 가린다. 단장의 할 일은 스카우트 담당 직원들이 예비 신인의 감독과 학부형을 적절히 응대하는지, 또 직원들의 교통편이나 숙식이 불편하지 않은지 등을 챙기는 것이지 개별 선수의 기량을 체크하는 게 아니다.

*1948년 건국후 69년간 교육부(문교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포함) 장관은 내부 승진 케이스가 딱 한번 있었다. 2013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교육인적부 장관을 지낸 서남수 씨가 그 주인공이다. 행시 출신인 서 전 장관은 대학지원국장, 차관 등을 역임한 정통 교육부 관료 출신이다.

역대 정부에서는 왜 내부 승진을 마다했을까? 역대 교육부 장관은 80~90%가 대학교수 출신이고 나머지는 정치인 출신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교육부 장관은 웬만큼 교육에 관심이 있으면 다 할수 있고, 교육부 관리 출신들보다는 교육 현장 출신이 낫다는 생각들을 했기 때문에 내부 영전의 길은 늘 차관급에서 막힐 수밖에 없었다.

내부 승진은 ‘선출 단장’과 비슷하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후 각 야구단에서는 행정이나 경영을 모르는 경기인 출신보다는 구단 행정요원이나 그룹 계열사 임원을 단장으로 임명해왔다. 이제 야구계에서 내부 승진자들이 쏟아졌다. 그 공과(功過)는 2,3년후에나 판가름날 것이다.

*사상 최초의 여성 외교부장관인 강경화 장관은 그 어려운 외교 용어도 막힘없이 풀어낼 정도로 미국 외교관들과의 대화가 원활하다. 그렇지만 외교관 경험이 없어 얽히고 설킨 외교의 현황 파악이나 대책, 비전 제시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강장관은 통역관 출신이어서 통역관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외교부 안팎의 분석이다.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을 주대상으로 삼아 정부 정책을 펴는 여성가족부의 정현백 장관(64)은 결혼을 해보지 않은 독신이다. 평생을 혼자 살아온 정 장관이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결혼, 출산, 육아, 낙태 합법화 등 주요한 이슈들을 잘 파악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강경화 장관이나 정현백 장관은 현장(외교 현장, 부부-자녀 관계) 경험은 없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를 잘 헤아리고 부서내 조직을 효율적으로 통괄하면 재임 기간 큰 업적을 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출 단장’도 좋은 성과를 내려면, 생소한 업무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경기인 출신은 평생 야구 훈련과 경기의 승패에 매진했다. 수직 관계는 익숙하지만 소통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수평관계에는 낯설다. 행정과 조직관리, 인사, 경영도 처음 접하는 분야다. 많은 전문가를 접하고 관련 지식과 업무를 익히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메이저리그(ML)는 어떨까. 올 1월 기준, ML에서 선수 경력이 아예 없는 단장은 30명중 12명이었다. 대학 때까지 야구를 했던 단장이 주를 이루지만, 메이저리거로 범위를 좁히면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이 유일하다.

고교 시절 잠시 야구를 했던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은 보스턴 단장 시절 '밤비노의 저주‘를 깨는 데 일조했다. 아울러, 컵스에 사장으로 부임하며 '염소의 저주'마저 깼다.

비단 엡소타인 사장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비선출'의 성공 사례는 수두룩하다. 야구 경력이 올바른 구단 운영을 담보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니까 선수 출신 단장이 '정답'은 아닐 수가 있다.

야구가 국민스포츠인 미국에서는 웬만한 국민이라면 야구의 기능이나 산업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있다. 굳이 경기인 출신에게 생소한 경영 파트를 맡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훌륭한 ‘선출 단장’이 되려면 선수 은퇴후 바로 프론트 직원으로 변신해 구단 업무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게 올바른 코스다.

신문사의 예를 들면, 신문 기자가 국장급으로 승진한 후 새 보직을 맡겨 경영 수업을 쌓게 하면 ‘신문 제작과 경영’에 두루 통달한 CEO가 될 수 있다.

선수 출신 단장의 모범 사례로 평가되는 두산 김태룡 단장(오른쪽).

‘선출 단장’의 모범 사례는 두산 김태룡 단장(전무급)이다. 그는 고교, 대학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나 프로 선수로 진출하지 않고 20여년간 구단 프런트로 경력을 쌓아왔기에 오늘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생소한 업무를 익히면서 경기인으로서 시련과 고비도 많았다. 야구단을 떠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감독을 잘못 뽑아 한때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야구단에서 단장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3~5%밖에 되질 않는다. 다시 말해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데 단장의 역할은 5% 이하이니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는다.

4강 이상의 성적을 따내기 위해서는 일단 그룹의 막대한 투자를 끌어와야 한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와 외부 영입선수(FA,트레이드 등)를 데려 왔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잘 단련시켜 승리로 연결시키는 건 오로지 현장 감독의 몫이다. 지원 파트 실무책임자인 단장의 역할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원이 신통치 않으면 실행(경기력)이 빛을 발할 수 없다.

단장의 비중을 고의적으로 낮출 의도는 전혀 없으며, 현재 언론이나 팬들의 ‘선출 단장’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것에 대해 경각심을 주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어느 구단이 4강 이상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을 때 단장의 역할을 엄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선출 단장’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또 성적이 나빴다고 ‘비선출 단장’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어서도 안될 것이다.

‘선출 단장’들이 비시즌동안 전력을 보강하는 데 얼마만큼 지혜를 짜내는 지를 지켜보는 것은 스토브 리그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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