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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넥센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박병호가 과거와 달라진 환경에서 KBO리그 통산 5번째 홈런왕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넥센은 지난 27일 박병호와 연봉 15억원에 2018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지를 보였지만 최근 고심 끝에 KBO리그 복귀를 결심했다. 미네소타 트윈스 측에 2019시즌까지 보장된 계약 내용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미네소타가 이를 수용하면서 2년 만에 다시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됐다.

비록 미국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통산 4차례나 KBO 홈런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4년 연속 홈런 1위는 이승엽을 비롯해 역대 전설적인 홈런 타자들도 이뤄보지 못한 최초의 기록. 2년 연속 50홈런(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 역시 박병호만 지니고 있는 대기록이다.

박병호가 미국으로 떠난 최근 2년 동안 KBO리그 홈런왕은 최정과 테임즈의 몫이었다. 2016년에는 두 선수가 나란히 40홈런을 때려내 공동 수상을 했고, 올해는 최정이 46홈런을 폭발시켜 여유 있게 2년 연속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박병호가 보여준 임팩트와 비교했을 때에는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때문에 박병호는 2018시즌 가장 유력한 홈런왕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다만 부정적인 전망들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큰 무대에서 자양분이 될 경험을 한 것은 맞지만 반대로 자신감은 크게 떨어진 상태인 점, 이제 목동구장이 아닌 고척 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 변수로 꼽히고 있다.

실제 목동구장은 홈에서 펜스까지 좌우 98m, 중앙 118m, 펜스 높이 2m로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이었다. 하지만 고척돔은 홈에서 펜스까지 좌우 99m, 중앙 122m, 펜스 높이 3.8m로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동안 박병호, 강정호 등 중심 타선들이 대거 이탈한 탓이 가장 크지만 고척돔 시대를 연 이후의 넥센은 홈런 군단의 이미지를 완전히 잃기도 했다. 단지 넥센 뿐 아니라 올해 고척돔에서 터진 홈런 자체가 잠실구장 다음으로 적었다. 홈런 타자들에게 최적화된 장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바뀐 환경이 박병호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확률은 다소 떨어진다. 물론 박병호도 큰 규모의 구장을 홈으로 썼던 LG 시절엔 빛을 보지 못하다가 넥센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것은 맞다. 2012년부터 4년 동안 때려낸 173홈런 중 절반이 훌쩍 넘는 97홈런을 목동에서 집중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넥센에서의 5시즌 동안에도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장의 영향도 어느 정도는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보다 확실한 기회를 얻기 시작한 뒤 생긴 자신감,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 등이 더해져 홈런왕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KBO리그에서의 마지막 4년 간 비거리를 살펴봐도 박병호는 105m가 단 7번, 110m도 13번에 불과했다. 115m(32회), 120m(41회), 125m(42회), 130m(25회), 135m 이상(13회)의 기록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목동에서 비거리 105m 홈런이 터진 것은 단 3차례 뿐이었다.

해마다 단순 홈런 숫자만 늘인 것이 아니라 비거리 역시 발전이 있었다. 홈런왕 초창기 시절 아슬아슬한 홈런들도 종종 있었다면 2014년은 비거리 105m 이하의 홈런이 딱 한 번 있었고, 2015년에는 모두 110m 이상의 홈런만 때려낸 것. 메이저리그에서도 많은 홈런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비거리만큼은 현지에서도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시즌이 시작된 뒤 한동안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목동에서 고척돔으로의 홈구장 변화는 박병호에게 큰 변수로 다가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심리적인 요소에 의해 성적이 좌우된 경우가 자주 있었던 만큼 고척에서 초반부터 자신감을 얻을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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