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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LG가 또다시 팀에 큰 헌신을 해온 베테랑을 매몰차게 내보냈다.

LG는 22일 정성훈과의 2018시즌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다수의 LG 팬들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정이다. LG는 2년 전 2차 드래프트에서 리빌딩을 위해 고연봉 베테랑인 이진영을 40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당시 이진영은 여전히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선수였다. 2015시즌 타율 2할5푼6리로 하락세를 나타냈다고는 하지만 이전 3시즌 동안에는 3할 타율을 기록했으며, kt로 팀을 옮긴 직후인 2016시즌 타율 3할3푼2리 10홈런 72타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진영과 동갑내기인 정성훈 역시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이진영이 2015년 잠시 내리막을 걸었던 것과 달리 정성훈은 이러한 조짐도 없었다. 올시즌에도 타율 3할1푼2리 6홈런 30타점 32득점으로 충분히 제 몫을 다해냈다.

리빌딩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정성훈이 보여준 기여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등을 놓고 보면 LG의 선택이 현명한지는 의문이다. 비록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성훈은 2009년 LG 유니폼을 처음 입은 뒤 9년 동안 상당히 큰 공헌을 남겼다.

실제 LG에서의 9시즌 동안 정성훈은 1057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3할2리 79홈런 478타점 497득점 장타율 4할3푼4리 출루율 3할9푼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000타석 이상 들어선 LG 선수 중 홈런은 박용택, 오지환 다음으로 많았고, 타점과 득점은 박용택에 이어 2위였다.

물론 경기 수 역시 두 번째로 많았기 때문에 누적 기록에서는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타율과 장타율에서도 5위, 출루율에서는 3위에 오르는 등 평균 기록 역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2010년대 LG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였던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듯 정성훈은 올시즌까지도 젊은 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100타석 이상 출전한 선수 중 타율 4위, 홈런 및 장타율 공동 7위, 출루율 3위, OPS(출루율+장타율) 3위를 기록했다.

기존 양석환, 김재율에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윤대영 등 1루수 자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중 정성훈을 앞질렀다고 할 만한 선수는 아직까지 없다. 특히 우타 대타 카드로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효용가치가 충분하다.

급진적인 리빌딩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단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제공하는 자체가 리빌딩의 전부는 아니다. 베테랑들의 조언 한 마디가 큰 힘으로 작용하는 순간이 있다. 실제 양석환, 이형종, 유강남 등 포지션을 망라해 수많은 선수들이 정성훈의 조언에 고마움을 자주 드러내곤 했다. 또한 베테랑에 대한 구단의 예우가 확실할 때 젊은 선수들 역시 그 뒤를 잇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꿈을 키울 수 있다.

LG의 선택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구단의 리빌딩 기조가 뚜렷하다면 정성훈의 방출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양석환, 김재율 등 정성훈이 떠난 자리를 채워야 하는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지 못한다면 LG 팬들의 원성이 시즌 내내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역시 LG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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