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삼성이 모처럼 화끈한 투자로 전력을 보강했다.

삼성은 21일 강민호와 계약기간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총액 40억원)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

강민호는 KBO리그 통산 14시즌 동안 149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7리 1345안타 218홈런 778타점을 기록했다. 2008년을 시작으로 2011~2013년까지 통산 4차례나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고, 최근까지도 양의지와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활약해왔다.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비롯해 수많은 국제 대회에서도 국가대표 포수로서 명성을 떨쳐왔다.

당초 최정상급 외야수 자원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삼성의 선택이 다소 뜻밖이기는 하다. 그러나 강민호의 합류가 팀 전력에 상당한 보탬이 되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삼성은 기존 이지영이 포수 마스크를 써왔다. 이지영은 상무 전역 후 2012년부터 서서히 존재감을 뽐냈고, 특히 2015년에는 타율 3할5리 55타점 36득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듬해에도 타율 2할9푼7리로 3할에 가까운 기록을 유지한 가운데 홈런 역시 7개를 기록하며 장타력을 확실히 늘렸다.

다만 이지영은 올시즌 타율 2할3푼8리 26타점 31득점으로 존재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특별한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부진한 모습이 길어지면서 출전 경기수도 최근 3년 중 가장 낮은 105경기에 그쳤다. 무엇보다 이지영의 뒤를 받쳐야 할 백업들도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포수 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강민호가 합류하면서 이지영이 주전급 백업으로 뒤를 받친다면 안방은 10개 구단 중 단숨에 최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투수들 역시 강민호의 리드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된다.

타석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더욱 크다. 삼성은 올시즌 팀 타율 2할7푼9리(8위) 145홈(7위) 장타율 4할2푼8리(8위) 등으로 각종 지표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이 마지막 해에 타율 2할8푼 24홈런 87타점을 기록했기 때문에 중심 타선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컸다. 구자욱과 러프가 올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뛰어난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에 가까웠다. 최원제, 이현동 등 거포 본능을 가진 선수들도 아직까지 1군 무대에서 제대로 증명한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강민호라면 이승엽의 빈 자리를 충분히 채울 능력이 있다. 강민호의 최근 3년 간 기록을 놓고 보면 공교롭게도 이승엽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타율(0.305)과 홈런(77개)은 동일한 수치를 나타냈고, 장타율과 출루율에서는 강민호가 살짝 우위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 3년 동안 강민호보다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리그에서 단 4명 뿐이었고, 장타율(0.552) 역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강민호를 영입했지만 삼성은 여전히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리빌딩의 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때문에 도약을 위해서는 중심을 잡아줄 주력 선수가 필요한데 삼성은 포지션의 중요도와 경험, 실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강민호가 최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삼성은 2015년까지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2016년 65승78패1무로 9위까지 추락했고, 올시즌 역시 55승84패5무로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특히 구단 역사상 최초로 4할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승률을 남기며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지난해까지 삼성은 합리적 투자를 외치며 FA 시장에서 대어급을 노리기보다 준척 또는 알짜 영입에 치중했다. 그러나 이같은 선택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올시즌 강민호 영입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의 출발을 알렸다. 강민호가 2018시즌 삼성 명예회복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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