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SNS 대화내용 유출로 논란을 일으킨 김원석이 결국 한화에서 방출됐다.

한화는 20일 김원석에 대한 방출을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원석은 지난달 팬과 나눈 SNS 대화 내용이 온라인 상에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초 공개된 내용에는 이상군 전 감독 대행에 대한 비난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당시 김원석은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귀국 조치된 뒤 벌금을 내며 구단 자체 징계를 받았지만 이후 대화 내용이 추가적으로 공개돼 더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코칭스태프 뿐 아니라 동료 선수들, 구단 치어리더, 한화 팬 및 충청도, 전 소속팀 연천 미라클, 나아가 전태일 열사와 문재인 대통령까지 조롱하고 비하한 사실이 드러난 것.

결국 한화는 사적 공간인 SNS 개인 대화일지라도 부적절한 대화내용이 유포된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오후 구단 내부 징계를 위한 회의를 열었고, 자유계약 선수 공시를 KBO에 신청하기로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김원석의 막말 논란이 처음 밝혀진 당시 기자는 그 사실을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시즌 중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원석은 누구보다 팬들에게 친절했고,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지닌 선수였기 때문이다.

7월말 김원석에게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를 요청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당시 청주에서 열린 NC와의 경기를 앞두고 구장으로 향하던 기자의 눈에 포착된 것은 어린이 팬들에게 성심성의껏 사인을 해주던 김원석의 모습이었다. 어린이 팬들이 김태균, 정근우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김원석은 누군가 사인을 요청해주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시 김원석이 남긴 말은 이러했다.

“사실 일일이 사인을 해주지 않는다면 쉴 수 있는 시간도 있고 좀 더 편할 수는 있죠. 하지만 이 무더운 날씨에 땡볕에서 선수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외면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누군가에게 사인을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선수도 아니었고요. 다른 선수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 팬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요청이 들어오면 고마운 마음이에요. 늘 잘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원석은 팬들이 응원가를 불러주는 사실에도 감사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올시즌 극초반만 하더라도 응원가조차 존재하지 않았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뿜어내면서 단 며칠 만에 홍창화 응원단장에 의해 응원가가 탄생했다. 이후 팬들은 “김원석이 좋다. 너무나도 좋다”로 개사된 데이브레이크의 ‘좋다’를 목청껏 외쳤다.

김원석은 이에 대해 “아직 한 것도 없는데 감히 응원가를 받아도 되나 싶었다. 응원가가 아닌 단지 팬들이 이름을 외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었다”며 집에서 어머니가 청소를 할 때마다 이 응원가를 늘 흥얼거린다며 미소를 드러냈다.

이처럼 뜨거운 성원에 감격했던 김원석이었기에 그가 SNS 공간에 남긴 열성 팬 비하 발언은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립서비스를 하기 마련이지만 당시 김원석의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에 기자도 이번 사태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크다.

김원석은 말했다. 팀원들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기회’와 ‘경쟁’으로 생각하기보다 팀을 위해 최대한 채우도록 노력할 것이며, 훌륭한 선배들에게 계속해서 배워 나가겠다고. 50경기 출전이라는 소박한 1차 목표를 밝히면서도 한 걸음씩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늘 준비하겠다고. 자리를 잡지 못했던 시절 많이 힘들었을 어머니와 동생을 떠올리며 더욱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하지만 팀원들을 뒤에서 비하해왔던 그는 소중한 기회를 준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고, 그동안 고생한 가족들의 가슴에도 비수를 꽂고 말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서 장차 한화의 보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가 하루 아침에 아무런 가치없는 돌멩이로 전락했다. 보석으로 불리기를 거부하며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그토록 싫어했던 팀을 떠나게 됐으니 한화에게도 김원석에게도 오히려 윈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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