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포스트시즌 경기방식은 밑에서 정상으로 서서히 올라가는 ‘계단식’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계단식’은 메이저리그(ML)의 ‘토너먼트식’보다 흥미롭지 않게 보인다. 또 와일드카드나 준플레이오프 진출팀이 우승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KBO 리그는 메이저리그가 오리지널이다. 경기 인원수, 경기장 규격, 복잡한 규칙 등 모두 ML을 본땄다. 10여년 전만 해도 투구된 공의 판정을 말하거나 전광판 혹은 중계화면에 표시할 때 스트라이크를 볼보다 먼저 했다. 예를 들어 ‘투스트라이크 원볼’ 혹은 ‘2-1’로 부르거나 기록했다.

그랬던 것이 ML식으로 ‘원볼 투스트라이크’ 혹은 ‘1-2’로 바뀌었다. 이 자그마한 것도 ML을 따라 하는데, 포스트시즌 경기 방식도 ML식으로 변경돼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ML식이 관중들 입장에서 더 흥미진진하고 박진감이 넘친다면-.

정규시즌 우승팀 KIA는 충분히 쉰 덕분에 플레이오프부터 난전을 치른 두산을 쉽게 꺾고 2017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사진은 KIA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에서 3승째를 거둔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페넌트레이스 1위=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뻔한 등식은 이제 프로야구판에서 사라져야 한다. 결말이 뻔한 드라마나 영화처럼 너무나 식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60년대 중반만 해도 애정극을 뺀 대부분의 한국 영화는 ‘권선징악형(勸善懲惡型)’이었다. ‘착한 주인공’이 처음에 약간 곤경을 겪다가 결국엔 ‘나쁜 놈’들을 물리치거나 죽이는 뻔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1966년부터 수입된 ‘007시리즈’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 영화판을 뒤흔들었다. 큰 줄거리는 권선징악이었지만, 주인공이 거의 죽을뻔 하다가도 적들을 통쾌무비하게 쳐부수는 장면들은 관객들의 애간장을 졸이게 했다.

어떤 헐리우드 영화들은 절대로 죽지 않던 주인공을 애타게 죽게까지 했다. 이러니 한국 영화가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무쌍한 시나리오를 작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O 리그는 1950년대 영사기를 계속 돌리고 있다. KBO 리그는 왜 낡은 수법을 고수하는 것일까?

먼저, KBO나 각 구단이 무사안일에 빠진 탓이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해도 매 경기 매진사례가 이어지는 데 굳이 무리하게 방식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안이한 생각들이다.

매진사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KBO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양팀에게 총 입장권의 30% 안팎을 사전 배정하고 있다. 70%만 일반 판매를 하고 있는 것. 이건 오래된 관행으로 구단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한국적 특수 사정이긴 하지만).

만약 ML처럼 전체 입장권을 오픈해 판매한다면 거의 매번 매진사례가 이어질수 있을까(ML 사무국에서는 출전 선수에게만 무료로 티켓을 제공).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입장권 사전 배정은 이젠 없어져야할 프로야구계의 적폐다.

12월 중 새 KBO총재가 선출돼 새 정부의 코드에 맞춰 적폐를 청산하며 사전 배정을 없앤다면 새로운 관중 동원 수단으로 포스트시즌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시리즈 광주 1차전 입장권이 일찌감치 동이 나자 팬들이 아쉬운 듯 매표 창구 앞에서 서성서리고 있다.

새로운 경기방식은 KBO에서 앞장서서 제안을 해야 되나,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KBO는 구단의 요구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새로 선출되는 총재나 사무총장이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 혁신가여야 하는 까닭이다.

두 번째는 한국프로야구 구단의 잘못된 경영 구조에서 기인한다. 각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이나 협찬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구단 대표들은 야구단 경영에 정통하지 못하다. 아니, 야구단 대표로 임명되면서 야구의 기능이나 야구단 경영을 ABC부터 배우게 된다.

대표들의 대부분 임기가 2년 정도다. 이 기간에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므로 야구단의 미래와는 상관없는 무리수를 이것 저것 두게 된다. 다음주에는 야구단 대표와 구단 내부 사정을 살펴볼까 한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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