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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여러 고민을 해야 한다. 그 선수가 정말 우리 팀에 필요한지, 팀에 잘 녹아들 수 있고, 활용도에 있어서 적절한지 요목조목 따져봐야 한다.

두산 민병헌은 올 시즌이 끝나고 FA가 됐다. 리그 정상급 외야수다. 군 복무 이후 가지고 있던 잠재력이 대거 터지며 타격와 수비에서 모두 일취월장 성장하고 진화했다.

두산 우익수로 뛰며 팀의 2015시즌과 2016시즌 우승을 일궈냈다. 올해도 준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지난 2013시즌부터 5년 연속 3할대 타율을 기록했으며 홈런도 63개나 쳐냈다.

잠실을 홈구장으로 써서 그렇지, 다른 팀이었으면 20홈런도 가능해보인다. 장타력도 좋은데 출루율 역시 매년 0.400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발도 느리지 않아서 수비 범위도 넓다.

이래저래 활용도 면에서 쓰임새가 많은 선수다. 1987년생 만 30세의 다소 젊은 나이도 큰 매력이다. 외야 전력이 비실비실 하거나 구멍이 있는 팀이라면 민병헌 카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런 팀들에게 희소식이 찾아왔다. 민병헌이 소속팀 두산을 떠나 이번 FA 시장에 나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산도 전력을 다해 민병헌을 잡으려는 의지는 없어보인다.

우선 두산은 좌익수 김재환과 중견수 박건우가 버티고 있다. 그 외에도 조수행, 국해성, 정진호 같은 탄탄한 백업이 뒤를 받치고 있다. 당장 민병헌이 없어도 자리를 채울 선수는 발에 치인다.

팀 상황이 이렇다보니 두산이 무리를 해서 돈을 쓸 이유가 없다. 이미 최근 3년간 우승 두 번에 준우승 한 번을 했다. 미련이 없다. 간다는데 왜 붙잡는가, 이런 생각이다.

민병헌 역시 일단 시장에서의 평가를 받고, 그 뒤에 두산과 다시 재협상을 하면 된다. 민병헌과 두산, 모두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다. 그렇게 민병헌이 시장에 나왔다.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주는 구단이 있다. 두 팀이라는 여론이 많다. 바로 LG와 삼성이다. 특히 LG는 이번 FA 시장에서 '외야수 빅3'인 손아섭, 김현수, 민병헌 중 한 명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외야 자원이 영 신통치 못하다. 한 때, 박용택-이병규-이진영 라인으로 명성을 떨친 적이 있지만 그건 옛 말이다. 젊은 선수들로 대거 물갈이 됐는데 상태가 영 좋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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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적을 보면 형편 없다는 수준, 그 이하였다. 오죽하면 이번에 LG 코치로 부임한 이병규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라고 올해의 LG를 되돌아봤다.

이어 "그만큼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채우지 못했고, 다시 말해 감독님께 신뢰를 주지 못했다.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뛰었으면 한다"라며 바람을 드러낼 정도다. 답답하다는 이야기다.

올해 LG 외야에서 뛰었던 이형종, 채은성, 이천웅은 모두 3할대 타율 밑이며 홈런도 두 자릿수 근처를 가지 못했다. 그나마 안익훈이 3할2푼을 찍었지만 교체로 나온 경우가 많았다.

분명 위에 언급한 세 명의 선수는 잠재력이 높아보였다. 올해 터질 것 같았다. 이는 현재 단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양상문 전 감독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모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실력 격차가 너무나 명확했다. 박용택이 회춘한 시즌이었다. 팀 마운드가 리그에서 제일 좋은데도 6위로 가을야구를 못 나간 것도 오롯히 타격이 문제였다.

팀 평균자책점이 4.30으로 리그 1위다. 그런데 팀 타율이 2할8푼1리로 리그 9위다. 10위는 2할7푼1리의 SK다. 대신 SK는 홈런팀 아닌가. 234개로 리그 1위다. 반면 LG는 110개다. 절반도 못 쳤다.

답은 하나다. 지금 LG에게 성장은 답처럼 보이지 않는다. 성장을 답처럼 믿고 버틴 결과가 올해 6위, 가을야구 탈락이었다. 외부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만큼, 아니 삼성보다 외야 보강이 더 간절한 팀이 LG다. 물론 김현수도 좋고 손아섭도 좋은데 두 선수는 몸값이 세다. 사실 LG에게 근성을 불어넣어주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있어서는 손아섭이 제격이지만, 민병헌은 가성비 면에서 메리트가 있다.

게다가 잠실에서도 검증이 끝났다. LG도 잠실을 쓴다. 데려오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활약이 예상된다. 신임 류중일 감독에게도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LG는 민병헌이 필요한 팀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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