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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선수도 구단도 원하는 바는 확실하다. 선수는 "타이거즈만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구단 역시 "우리 선수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한다.

팀은 8년 만에 우승을 했다. 시기에 맞는 구단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 감독의 역량과 선수들의 맹활약까지 삼박자가 제대로 어우러지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일등공신 한 명을 굳이 뽑는다면 역대 KBO리그 최초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왼손 양현종이다. 1995년 LG 이상훈 이후 23년 만에 토종 선발 20승을 따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KBO리그 최초 '1-0' 완봉승을 비롯해 마지막 5차전에서 마무리로 나와 세이브, 한국시리즈 1승 1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에이스 중의 에이스다. 더욱 재밌는 것은 타이거즈를 향한 선수의 애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FA가 됐는데, 4년이 아닌 1년 22억 5000만원으로 계약을 맺었다.

100억 최형우에 40억 나지완, 외인 선수를 포함해 너무 많은 금액을 사전에 쏟아부었다. 막상 양현종과 계약을 하려니 총알이 떨어졌다. 양현종은 타이거즈를 사랑하는 선수 아닌가.

친정팀의 사정을 알린 구단과 이를 듣고 전략적으로 움직인 양현종은 향후 본인이 원하면 자유롭게 풀어준다는 조건으로 FA를 1년 계약으로 끝내버렸다.

결과적으로 보면 올해 팀이 우승을 했으니 양현종의 승리다. 냉정히 말해 지금의 타이거즈는 곧 양현종이다. 그리고 양현종은 우승 후 "타이거즈에 남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대신 단서를 달았다. 바로 "구단에서 충분히 보상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였다. 보상이다. 당연히 금액이다. 대신 FA 자격이 없으니 2020년까지 단년계약을 맺어야 하는 양현종과 KIA다.

그렇게 KIA는 양현종에게 1차 협상 조건을 제시했지만, 양현종은 좀 더 대우 해줄 것을 구단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서로가 원하는 눈높이에 차이가 있다.

추측이 가능하다. 우선 양현종은 올해 1년 22억 5000만원을 받았다. FA 기준 4년 90억 수준이다. 그리고 올해 우승을 했다. 남은 3년을 포함, 양현종이 바라는 것은 투수 첫 100억 돌파를 넘어 120억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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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구단의 생각은 다르다. 100억 시대가 열렸지만, 최근 프로야구 FA 시장은 몸값 거품 논란이 거세지며 여론이 좋지 못하다. 더욱이 수원에서 통산 2할대 타자 황재균을 무려 88억에 붙잡았다.

논란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억억 소리나는 금액을 발표하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특히나 모기업의 실적 및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는 점도 KIA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시장 역풍과 지난 8월 통상임금 패소로 인한 실적 부진이 연달아 겹치며 모기업에 먹구름이 끼었다. 게다가 잡아야 할 선수는 양현종만 있는 것이 아니다.

FA로 나온 주장 김주찬을 비롯해 외인 3인방과의 재계약 논의, 그리고 우승 프리미엄이 붙은 기존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까지, KIA는 지금 전력을 유지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써야할 돈이 너무 많다. 더욱이 양현종의 친정팀 잔류 의사는 명확하니 대략 100억 언저리에서 조건을 제시한 듯 보인다. 그러다보니 양현종과 구단의 접점이 생기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양현종은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금액을 원한다. 비교할 수 있는 계약이 있다. 바로 SK 김광현이다. 지난 2016시즌이 끝나고 김광현은 4년 85억을 받고 잔류했다.

수술로 인해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것을 감안하면 엄밀히 말해 3년 85억 계약이라고 보면 된다. 이는 1년 28억 3333만원으로 계산이 된다. 양현종의 자존심은 여기에 있다.

최소한 이 금액은 뛰어넘고 싶다. 팀 우승도 시켰고, 이제는 리그 최고의 왼손 투수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금액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 대략 1년 30억을 상회하는 금액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13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KBO를 통해 양현종의 신분 조회를 요청했다고 한다. 본인이 원하면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하지만 양현종은 타이거즈 잔류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이제 막 협상이 시작된 것 뿐이다. 금액만 맞으면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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