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지적했듯이 2002년부터 올해까지 16번의 한국시리즈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팀이 15번이나 우승(93.8%)했다. 1위가 아닌 3위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딱 한 번의 예외는 해외원정도박 후유증 탓이었다.

2015년 두산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 1패,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3승 2패의 격전을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체력을 엄청 소진한 두산으로서는 삼성과의 한국시리즈가 굉장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두산은 1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8대9로 역전패했으나 2~5차전을 모두 이겨 짜릿한 우승을 따냈다.

두산이 4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삼성의 해외원정도박 선수인 마운드 추축 ‘윤성환-안지만-임창용’이 한 이닝도 등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2015년 한국시리즈를 빼면 최근 15번 한국시리즈에서는 모두 페넌트레이스 1위팀이 우승을 거둔 것.

그렇다면 한국시리즈는 해보나마나한 대회다. 플레이오프 승리팀이 복싱에서의 스파링 상대처럼 일방적으로 맞아주며 ‘우승의 들러리’가 되고 있는 것. 관중들 입장에서는 결말을 알고 영화를 보는 것만큼 싱거운 승부다. 어떻게 보면 한해 800만명이 넘는 관중들을 기만하거나 우롱하는 셈이다. 짜릿한 반전이 없으면 스포츠 승부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KIA 선수단이 시상식 단상에 올라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올해는 더욱 심했다.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각 구단은 10월 3일까지 한숨도 돌릴틈없이 순위 다툼을 벌였다. 3월 31일 개막된 페넌트레이스로만 따져도 7개월 4일간의 격전을 치렀으니 와일드 카드-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는 체력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위를 차지한 기아는 무려 21일간의 긴 휴식을 취한 덕에 격전의 피로를 싹 씻어내며 한국시리즈에 임했으니 이런 불공정한 게임이 없다.

단지 경기 감각이 문제였으나 1차전을 내주더라도 이후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선전을 벌이면 되므로 따논 당상인 우승 차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2007년 이후 11차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팀은 4승 7패(36.4%)의 저조한 승률을 기록했으나 이후 경기에서 우세를 보여 모두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그렇다면 이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포스트시즌 시스템을 고쳐할 때가 아닐까?

필자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에게 가능한 균등한 기회를 주는 공정한 제도로 팬들의 성원과 사랑을 더 받을수 있는 두가지 시스템을 제안해본다.

먼저 메이저리그 제도 본뜨기이다.

메이저리그는 지구별 4,5위팀이 단판으로 와일드카드전을 치른 뒤 ‘1위-와일드카드 승리팀’과 ‘2위-3위팀’이 디비전 시리즈를 5전3선승제로 갖는다. 이 4강전의 승자 두팀이 리그 챔피언십을 7전 4선승제로 붙어 양 리그 승리팀이 다시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겨룬다.

그러니까 단판 와일드카드전을 치르는 팀을 빼고는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팀은 같은 조건에서 매 경기를 치른다. 공정하게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셈이다.

여기에서 KBO 리그가 힌트를 얻는다면-.

4-5위팀이 현재처럼 와일드카드전을 단판으로 치러 ‘1위팀-와일드카드 승리팀’ ‘2위-3위팀으로 4강전을 갖고 각 승리팀이 한국시리즈를 가지면 된다. 포스트시즌 경기수가 줄어서는 안되므로 4강전과 한국시리즈는 각각 7전 4선승제를 도입하면 된다.

여기에 페넌트레이스 1위팀에 프리미엄을 주는 보너스 경기를 도입해보자. 6개팀이 참여하므로 각 구단들이 더욱 좋아할 방식이다.

5~6위전은 무조건 단판으로 붙고, 이 경기의 승리팀은 4위팀과 4강 진출 결정전을 갖는데, 4위팀에 1승의 프리미엄을 준다. 이 경기의 승리팀과 1위팀, 2-3위팀이 4강전을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7전 4선승제를 치른다(6위팀이 우승할 확률이 희박하지만 6위가 우승할수도 있는 제도여서 바람직하지는 않음).

한국 프로농구(KBL)도 메이저리그와 비슷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참고할만 하다.

10개팀이 참여하는 프로농구는 플레이오프에서 ‘4위~5위 승리팀과 1위팀’ ‘3위~6위 승리팀과 2위팀’이 4강전을 갖는다. 농구는 체력 소모가 야구보다 훨씬 크므로 챔피언 결정전에서만 7전 4선승제 승부를 하는 것이 특정이다.

이 제안을 바탕으로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 ‘테스크 포스트팀’을 만들어 더 짜릿한 요소를 가미하면 10구단 체제하에서는 거의 영구불변한 ‘획기적이고 흥미진진한’ 제도를 채택할수 있다.

그러면, KBO와 각 구단은 왜 제도 변경을 시도하지 않을까? 구단 이기주의와 좋은게 좋다는 무사안일이 정답으로 보인다. 포스트시즌 방식은 프로 출범후 꾸준히 개선이 돼 오고 있는데, 이젠 낡은 외투를 벗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다음주에는 제도 개선이 왜 이뤄지지 않는가에 대해 상세히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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