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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화 박정진(41)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까.

지난 8일 FA(자유계약선수) 명단이 공개된 가운데 한화에서는 정근우, 박정진, 안영명까지 3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용규가 FA 권리 행사를 다음 시즌 이후로 미루면서 집토끼 단속이 보다 수월해진 부분이 있다.

이 가운데 박정진은 역대 KBO리그 최고령 FA 계약 기록을 앞두고 있다. 종전 조인성이 2015년 만 40세의 나이에 계약을 체결했고, 박정진이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를 1년 더 높이게 된다. 박정진 개인에게는 두 번째 FA다.

박정진은 지난 2013시즌을 마친 뒤 첫 FA 자격을 얻었고, 한화와 2년 총액 8억원에 도장을 찍은 바 있다. 물론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당시 외부 FA 정근우(4년 70억원), 이용규(4년 67억원)는 물론 내부 FA였던 이대수(4년 20억원), 한상훈(4년 13억원) 등과 비교해도 확실한 대접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는 지난 2년 동안에도 3억원, 3억3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FA 자격을 재취득하기까지 박정진은 지난 4년 동안 누구보다 한화에 헌신해왔다. 실제 여러 기록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2014년부터 4시즌 동안 박정진은 팀의 560경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68경기를 소화했다. 또 다른 마당쇠이자 경기수 2위에 올라있는 송창식(219경기)보다도 무려 48번을 더 등판했다.

불펜에서 던진 것으로 놓고 보면 이닝 수 역시 팀 내 1위였다. 총 276.1이닝을 던져 송창식(259이닝) 권혁(238.2이닝) 등과 함께 한화 불펜진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다.

무엇보다 268경기 등판 중 2연투 66경기, 3연투 14경기, 4연투까지 한 차례 소화할 만큼 팀이 필요로하는 순간이면 늘 마운드를 지켰다.

단지 많은 경기, 오랜 이닝만을 던진 것이 전부는 아니다. 267경기에서 17승10패 35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의 성적을 남겼으며, 이 기간 블론세이브는 단 4번 뿐이었다. 피안타율(0.257), 9이닝 당 탈삼진(9.09) 등에서도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한화 뿐 아니라 10개 구단 전체로 놓고 봐도 4년 간 박정진보다 많은 경기에 나선 투수는 없었으며, 그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불펜 투수도 김진성(288.1이닝) 뿐이었다. 올시즌 역시 박정진은 55경기 3승2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94로 제 역할을 다해냈다.

한화는 지난 6월 베테랑 선수 5명을 웨이버 공시한 것을 비롯해 최근에도 차일목과 김경언을 방출하는 등 육성 기조의 강화 및 세대 교체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정진 만큼은 불혹을 훌쩍 넘어선 최고령이 됐음에도 여전히 필승조로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만 놓고 보면 당장 은퇴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3년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지만 금액에서는 충분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FA 계약이 냉정하게는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치에 무게를 둔 평가를 내리지만 박정진만큼은 충분히 과거의 활약까지도 보상받을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달 취임식 당시 선수단과 인사를 나눈 한용덕 감독은 특히 박정진을 발견하자 어느 때보다 반가운 표정으로 그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감독은 박정진과 관련해 “이제 우리 쪽(코칭스태프)으로 넘어올 나이 아닌가”라며 농담을 던지면서도 여전히 팀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프랜차이즈 선수에 대한 예우가 좋았던 한화가 올겨울 박정진에게도 이같은 모습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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