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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NC 김경문 감독이 2차전에서도 초반 소름 돋는 용병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결과가 승리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NC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7-17로 완패했다.

이로써 NC는 2연승이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완성시키지 못한 채 3차전이 열리는 안방으로 향하게 됐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기회가 있었지만 화력전에서 결국 밀려 아쉬움을 삼켰다.

이날 김경문 감독의 선수 기용은 초반부터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전날 환상적인 슈퍼 캐치로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꾼 김준완 대신 김성욱을 선발 중견수로 투입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준완이 좋은 무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 구도 속에서 한 선수만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면 다른 선수는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 감독은 김성욱 역시 수비가 좋을 뿐 아니라 펀치력을 갖췄고, 좌투수에게 좀 더 강한 부분 등을 언급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김성욱의 방망이에서 또 한 번 분위기가 뒤집어졌다. 1-1로 맞선 2회초 1사 1루에서 김성욱은 두산 선발 장원준의 초구 시속 122km 낮은 커브를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에 앞서 동점포를 터뜨린 지석훈 역시 김경문 감독의 믿음 속에서 기용된 케이스다. 전날 백업으로 나선 지석훈은 2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의 완벽 활약을 펼쳤다. 특히 박민우가 왼쪽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비운 3번 자리에서 이같은 모습을 보였고, 1점 차로 근소하게 앞선 8회 2사 1, 3루 기회에서 적시타를 때려내 두산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지석훈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은 수훈 선수가 바로 지석훈이었다. 백업으로 3번에 배치돼 달아나는 타점을 올렸는데 두산 입장에서 언제든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 이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박민우의 몸상태에 큰 문제는 없지만 그를 지명타자로 기용하고 지석훈에게 선발 2루수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지석훈-김성욱의 2회 홈런은 리드를 뒤집었다는 의미 외에도 장원준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수단에 심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컸다. 김 감독은 장원준이 1회를 무사히 넘길 경우 승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하지만 2회 홈런 두 방이 터지면서 NC는 3회와 5회 등 ‘꾸준한’ 장원준을 ‘꾸준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나성범을 2번에서 3번으로 다시 돌려놓은 부분도 효과를 봤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이에 대해서도 “장원준을 상대로 타점도 있었고,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에는 중심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나성범은 4-4로 팽팽히 맞선 5회 투런포를 때려내며 그 믿음에 부응했다.

이처럼 소름 돋는 선수 기용을 가져간 김 감독이었지만 불펜 운용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 초반 이재학이 흔들리자 김 감독은 2회와 3회 맨쉽, 구창모에게 각각 몸을 풀도록 지시하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그 카드를 극초반에 꺼내지는 않았다. 3회 2사 1, 3루 위기에서 이재학에게 다시 믿음을 부여한 것. 하지만 이재학이 동점 스리런포를 얻어맞아 크게 가라앉았던 두산의 사기가 다시 올라섰다.

김 감독이 경기 전 극찬한 구창모가 6회 등판과 동시에 크게 흔들린 점, 이후 맨쉽으로 급한 불을 끄려 했으나 최주환의 그랜드슬램이 터진 점 역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초반 위기에서 구창모를 투입하는 방안을 생각했었는데 이재학이 위기 상황을 막아내서 좀 더 자신감을 가진다면 팀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믿었다. 맨쉽 투입 때에도 원종현, 김진성이 있었지만 맨쉽을 좀 더 믿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 뒤 “두 차례 모두 결과가 다소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야구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맨쉽이 다음에는 승리를 잡아주지 않을까 싶다”는 말을 통해 선수에 대한 여전한 믿음을 드러냈다. 사실 이같은 믿음이 이번 가을 무대에서 김경문 감독의 소름 돋는 선수 기용을 이끌어낸 힘이기도 하다. 이날 부진했던 불펜진이 3차전부터는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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