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롯데가 말 그대로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게다가 4차전에서 알찬 수확도 거두며 내일을 도모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 최종전에서 마운드에 총동원령을 내릴 수 있게 된 것. 모두 린드블럼(30)의 기대 이상 호투 덕분이다.

롯데 레일리(왼쪽)와 박세웅. 스포츠코리아 제공
롯데는 지난 13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2패가 된 롯데는 오는 15일 장소를 사직구장으로 옮겨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두고 NC와 단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여러모로 롯데에게 기분 좋은 승리다. 특히 5차전 마운드 운용에 숨통이 트일 전망.

13일 경기 전 롯데 조원우 감독은 일찌감치 5차전 선발 투수로 박세웅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는 전제조건이 따랐다. 4차전에서 박세웅이 이른바 ‘롱릴리프’로 등판하지 않아야 5차선 선발 등판이 가능했던 것. 조 감독은 “박세웅의 구원 등판 여부와 시점은 린드블럼의 등판 내용을 보고 결정할 사항이지만, 현재 롯데가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박세웅의 5차전 선발 등판이다”라고 못 박았다.

롯데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박세웅의 4차전 구원 등판은 없었다. 지난 8일 1차전 선발 등판 이후 4일 만을 쉰 채 재등판했던 린드블럼이 8이닝 1실점 호투로 NC 타선을 꽁꽁 묶었기 때문. 그는 이날 112개의 공을 던졌을 정도로 온 힘을 다했다.

멀티홈런을 때려낸 손아섭과 린드블럼의 호투를 앞세운 롯데는 9회 등판한 박진형이 공 12개로 NC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면서 승리를 챙겼다. 깔끔한 승리였다.

결국 롯데가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렸다. 4차전에서 미등판한 박세웅은 일찌감치 5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됐다. 지난 9일 2차전에서 부상을 당한 레일리는 5차전에서도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제외한다면 롯데는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5차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롯데는 단순히 박세웅을 선발 투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큰 이점을 얻었다. 박세웅 뿐만 아니라 불펜진도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5차전에 모든 불펜 투수 투입이 가능해졌다.

당초 롯데는 우천순연이 아니었다면 치러졌을 지난 12일 4차전에 박세웅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이 때 롯데는 총력전을 각오하며 린드블럼의 구원 등판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4차전에서 총력을 다 한다면 마땅한 5차전 선발 투수가 없었음에도, 롯데가 린드블럼까지 대기 시켜야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 등판 경험이 없던 박세웅을 완벽하게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 ‘필승 카드’로 여기지는 않았던 것.

당시 조원우 감독은 박세웅의 예상 성적을 예측해달라는 질문에 ‘5이닝 3실점’이라 답했다. 그는 “박세웅이 5이닝 3실점 정도면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올시즌 박세웅은 12승(6패)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롯데는 포스트시즌에선 그를 이른바 ‘1+1 선발 전략’의 일원으로 분류했다. 이 같은 기조는 5차전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4차전에서 불펜 투수들의 등판이 최소화 됐다는 점은 5차전을 맞이하는 롯데에게 분명 호재다. 12일처럼 린드블럼의 구원 등판 계획까지는 수립할 수 없겠지만 지난 11일 3차전 선발 투수였던 송승준은 물론 ‘롱릴리프’로 낙점 받아 같은 날 마운드에 올랐던 김원중까지도 유사시 ‘1+1 선발 전략’의 한 축으로 활약이 가능할 전망이다.

롯데 강민호(왼쪽)와 박진형. 스포츠코리아 제공
여기에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으로 대표되는 구원 필승조 중 박진형 만이 4차전에 등판했다. 14일이 이동일인 만큼, 하루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박진형은 5차전에 나서기에도 무리가 없다.

완전체 필승조가 5차전에서 대기 하고 있다는 것은 4차전에서 1득점에 그친 NC타선에게 큰 부담이다. 해당 필승조의 위력은 지난 9일 2차전에서 잘 나타난 바 있다. 도합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이들이다.

레일리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인 NC가 5차전에서 에이스 해커를 꺼내들었음에도, 물량 공세는 물론 출중한 마무리들로 맞불을 놓는 것이 가능한 롯데다. 여러모로 린드블럼의 8이닝 호투가 불러온 나비효과를 제대로 누리게 된 롯데 마운드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