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마산=이재현 기자] 시리즈 전적이 1승2패로 몰린 것은 물론 선발진 운용마저 차질을 빚고 있었던 롯데가 준플레이오프 기간 중에 찾아온 단비로 린드블럼의 조기 등판이라는 ‘승부수’를 띄울 수 있게 됐다. 과연 린드블럼은 대반격의 서막을 열어젖힐 수 있을까.

KBO는 지난 12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예고됐던 NC-롯데간 2017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우천 순연시켰다. 순연된 4차전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오후 6시30분부터 펼쳐진다.

롯데와 NC 모두 똑같이 하루 더 휴식을 취했지만, 아무래도 이번 가을비는 시리즈 전적에서 1승2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롯데에게 조금 더 반가운 손님이었다. 롯데는 우천순연 결정이 내려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박세웅에서 린드블럼으로 선발 투수를 변경했다.

지난 12일 취재진을 만났던 조원우 감독은 경기 취소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박세웅을 향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그는 “9월 26일 사직 한화전 이후 체력적인 부분은 괜찮다. 부담감 속에서 얼마만큼 직구를 들이대듯 잘 던지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앞선 칭찬들과 달리 조 감독이 예측한 박세웅의 예상 성적은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퀄리티스타트도 아닌 5이닝 3실점을 예상했기 때문. 그는 “5이닝 동안 3실점 정도로만 막아준다면 잘 던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소 낮은 기대 성적임은 분명했다. 쉽게 말해 박세웅은 조 감독이 믿고 맡기는 에이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매 경기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롯데는 5이닝 3실점이 아닌 최소 퀄리티스타트는 기본으로 해 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이러한 절박함이 하늘에 통했던 것일까. 말 그대로 하늘이 롯데를 도왔다. 우천 취소로 하루를 벌어낸 롯데는 지난 8일 1차전 선발 투수인 린드블럼을 4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할 수 있었다.

1차전에도 선발 등판했던 린드블럼은 당시 경기에서 6이닝 2실점을 기록하면서 롯데가 정규이닝까지 NC와 2-2로 팽팽히 맞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비록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이라는 점이 찜찜한 구석으로 남지만 포스트시즌 무대에 단 한 차례도 나서지 않았던 박세웅에 비한다면 린드블럼은 확실히 검증된 카드다.

1패만 더 해도 가을야구는 이대로 막을 내리지만, 린드블럼의 재등판으로 롯데 선수단은 오히려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전에도 크게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상황에서 ‘버팀목’ 린드블럼까지 가세하며 오히려 한 번 해 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조원우 감독은 같은 날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에서 2패 뒤 3연승에 성공하며 기적적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뉴욕 양키스는 물론 3차전 패배 이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역대 사례들을 언급하며 시리즈 전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팀 분위기가 결코 가라앉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조 감독은 “사실 3차전에서 일찌감치 점수 차가 그 정도로 크게 벌어지면, 8,9회에는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날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지더라도 내일부터 다시 할 수 있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린드블럼의 가세는 3차전 패배에도 뜨거워진 롯데의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물론 천운으로 하루를 쉬어갔지만 여전히 롯데는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아직까지도 2차전서 부상을 당했던 레일리의 5차전(15일) 선발 등판이 불투명하기 때문. 조원우 감독은 “레일리의 현재 몸상태는 이제 막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정도다”며 5차전 선발 등판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답을 피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롯데가 5차전 선발 투수를 걱정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일단 4차전부터 잡아내야 내일을 도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 주어진다. 하늘이 안겨준 린드블럼 승부수는 극적으로 던저졌다. 내일이 없다는 각오로 린드블럼 본인은 물론 불펜과 타선 역시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4차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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