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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저렴한 물건은 그 가격에 정도의 품질 수준에 그친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말해 가격이 높아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대신 부담이 덜한 적정선의 가격에서 기대 이상의 효율성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흔히들 말하는 '가성비'가 바로 그것이다.

전날 마산에서는 가성비 최고의 선수가 훨훨 날아다녔다. 스타 탄생이었다. 분명 백업 정도로 그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주전 그 이상의 활약을 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바로 NC 노진혁(28)이다.

노진혁의 활약은 김경문 감독의 절묘한 교체에서 시작됐다. 3루수 겸 6번으로 나온 박석민이 1회에 아쉬운 수비로 상대 선두타자 전준우를 내보냈다.

그리고 2회에 포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실책, 만루 위기로 팀을 몰아넣으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큰 경기, 그것도 가을야구에서 초반부터 실책이 나온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김경문 감독이 3회 곧바로 노진혁을 교체로 투입했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문책성 교체였다. 박석민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노진혁은 달랐다.

기회였다. 원래 스타 탄생이 그렇다. 주연급 배우가 갑자기 아파서 쓰러지면 그 뒤에 가려져 있는 백업 배우가 갑자기 술술 대사를 외워 연출자의 눈을 사로잡고 새로운 스타로 등극한다.

노진혁은 3회 수비를 끝내고 난 뒤, 곧바로 나선 4회 첫 타석에서 상대 송승준의 공을 그대로 받아쳐 홈런을 날렸다. 도망 가야할 타이밍에 제대로 나온 한 방이었다. 그렇게 3-2에서 5-2로 도망간 NC다.

노진혁은 멈추지 않고 5회 우전 안타와 득점, 6회 역시 2사에서 우전 안타를 쳐내며 일찌감치 3안타를 쳐냈다.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타석인 8회에 쐐기 솔로포를 쳐내며 팀의 13-6, 승리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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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 4득점, 준플레이오프 3차전 MVP가 된 노진혁이 남긴 기록이었다. 노진혁 덕분에 NC는 이제 1승만 더하면 오는 16일부터 두산과 플레이오프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김경문 감독 역시 "내년 시즌에는 노진혁을 더욱 많이 보게 될 것이다"라면서 최고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그 정도 칭찬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는 활약이었다.

무게감이나 실력 면에서는 박석민이 우위다. 4년 96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으며 삼성에서 NC로 갈만큼 최고의 3루수 중 한 명이다. 반면 노진혁의 올해 연봉은 4300만원이다.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이유가 있다. 지난 2012년에 대졸 신인으로 NC에 입단했지만 그는 1군 기록이 단 2경기가 전부다. 그것도 상무에서 뛰고 난 뒤, 올해 와서야 2경기에 나와 5타수 4안타가 전부다.

물론 금액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가격대비 효율성이 높은 선수가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가을에 대활약을 해줬기에 그저 기쁘다.

노진혁 본인 스스로도 "얼떨떨 하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할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여준 실력만큼은 확실했다. 당장 주전급으로 기용하지 않더라도 가을야구를 헤쳐나가는데 있어서 좋은 백업을 찾아낸 셈이다.

어찌보면 단순한 백업 수준이 아닌 주전을 뛰어넘는 '슈퍼 백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가을야구를 길게 보고 있는 김경문 감독에게 전날의 노진혁은 정말로 고마운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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