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SK의 외국인 타자 로맥(32)이 어느새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현재 그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개인 기록이 아닌 포스트시즌이었다.

SK 로맥. 스포츠코리아 제공
SK는 20일 오후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4-3 신승을 거뒀다. 이날 SK는 홈런 2개로 승기를 가져왔다. 3회에 터진 정의윤의 투런포와 6회에 터진 로맥의 투런포가 바로 그것.

공식기록상 결승타는 정의윤의 몫이었지만, 6회말 KIA 안치홍의 3점포가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SK는 로맥의 홈런포가 없었다면 애초 승리가 불가능했다. 그만큼 로맥의 홈런포는 값졌다.

팀 적으로도 무척 값진 홈런포였지만, 이날 6회 홈런은 로맥 본인에게도 뜻깊은 홈런이었다. 바로 시즌 30번째 홈런이었기 때문. 이로써 그는 리그 내 정상급 거포 중 하나로 공인 받았다. 게다가 단 99경기 만에 30홈런 고지를 밟았기에 그의 30홈런은 더욱 높게 평가받을 만 하다.

경기 후 로맥은 “일단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홈런을 쳐내 기분이 매우 좋다. 게다가 리그 내 강 팀인 KIA와의 2연전을 모두 이길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로맥 역시 자신이 시즌 30홈런 고지를 밟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30홈런은 매우 의미 있는 기록이다. 게다가 시즌 중반(5월 11일)에 합류해 초반 몇 주를 뛰지 못했음에도 30홈런을 기록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라고 말한 뒤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 로맥은 찬사보다는 비판을 많이 받던 선수였다. 실제로 이날 경기 전까지 로맥의 시즌 타율은 2할4푼1리에 불과했다. 후반기 맹타에도 불구하고 시즌 타율이 낮았던 것은 전반기의 부진 때문이었다. 전반기 53경기에서 그의 타율은 1할8푼5리에 불과했다. 14홈런을 기록하긴 했지만 낮은 타율을 만회하긴 역부족이었다. KBO리그 특유의 변화구 적응이 더딘 것은 물론 ‘모 아니면 도’ 식의 타격은 그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후반기를 앞두고 정확히 2군에 10일 머물렀던 로맥은 1군 복귀 이후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후반기들어 로맥은 타율 3할(171타수 51안타), 16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1.019로 전반기(0.780)에 비해 3할 이상 상승했다. 언제나 “타율 보다는 OPS가 우선이다”를 외쳐왔던 SK 힐만 감독이 원하는 이상적 타자로 거듭난 것.

로맥은 다소 힘들었던 전반기를 회상하며 후반기에는 반등을 이뤄낸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에는 외국인 타자로서 새로운 리그의 특성과 분위기는 물론 투수들의 성향을 파악해야 했다. 시즌 초반 인터뷰에서 ‘시즌이 끌날 때 쯤에는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원하는 대로 이뤄져가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힐만 감독 역시 자신의 기대에 100% 부응한 로맥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최근에는 취재진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로맥과의 재계약을 원한다는 발언을 남겼을 정도. 해당 사실을 전해들은 로맥은 감사의 뜻을 전했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아직은 감독의 견해에 기뻐할 때가 아니라는 것.

로맥은 “감독님께서 공개적으로 재계약을 원한다는 발언을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해당 의견이 내게 큰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남은 3경기는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나선다면 그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그저 프로 선수로서 팀에 헌신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던 대목.

SK 로맥. 스포츠코리아 제공
시즌 초 다짐처럼 여전히 한국에서 현역 은퇴를 꿈꾼다고 당당히 밝힌 로맥. 하지만 그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사안들을 제쳐두고 오직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있다. 바로 포스트시즌.

20일 현재 SK는 6위 넥센, 7위 LG에 3게임차 앞선 리그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유리한 쪽은 단연 SK지만, 아직 5위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안심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남은 3경기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 로맥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남은 일정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

“최근 SK 선수단의 분위기와 에너지가 좋아 충분히 5위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저를 항상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는 팬들에게는 항상 감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팀원 모두가 5위 진입을 위해 노력 중이죠.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더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