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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가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도 뛰어든다. 불나방이 그렇다. 마치 LG의 느낌이다. 도루를 그렇게나 많이 시도하는데, 실패할 때가 너무 많다. LG의 딜레마다.

지난 14일 경기에서 LG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엉성한 수비와 흐뜨러진 집중력으로 인해 선수 모두가 안일하게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당연히 11-12로 끝내기 패배였다.

15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집중력은 여전히 부족해 보였다. 연장 가서도 내야 5인 시프트를 시도하며 승부를 걸기도 했지만, 4-5로 패했다. 어느새 5위 SK와는 2.5경기 차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또 하나가 LG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시즌 내내 불거진 LG의 과제였다. 바로 주루, 그 중에서도 도루다. 참 시도를 많이 한다. 14일 기준, 122번의 도루를 시도했다.

성공한 것은 74번이다. 실패는 48번이다. 확률적으로 보면 60%다. 다시 말해 40%는 실패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리그에서 가장 높은 실패율, 그리고 가장 낮은 성공률이다.

하지만 LG는 달려야 사는 팀이다. 우선 홈 구장을 잠실로 쓰고 있는 LG다. 두산처럼 홈런을 빵빵 쳐낼 수 있는 타자가 많으면 굳이 무리해서 2루인 득점권까지 주자가 달릴 필요가 없다.

주자가 1루에 있어도 후속 타자가 장타를 날려서 2루타 이상을 만들어내면 1루 주자는 최소 3루타, 발이 빠른 주자라면 홈까지도 쇄도할 수 있다. 장타력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굳이 뛸 필요가 없다.

그런데 LG는 아니다. 팀 내에서 장타율이 높은 타자가 많지 않다. 잠실은 국내에서 가장 큰 구장인데, 멀리 쳐낼 수 있는 타자가 없으니 결국 2루까지 주자를 보내야 단타로라도 타점을 올릴 수 있다.

우선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단 2명이라는 것도 아쉽다. 박용택과 양석환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타자가 장타율 0.500을 넘지 못한다. 박용택이 0.476으로 최고다. LG 입장에서는 아쉽다.

두 자릿수 홈런 이상을 쳐낸 타자도 유강남(13개), 박용택(11개), 양석환(12개)이 전부다. 세 명이 팀 장타율을 이끌고 있다. 물론 몇몇 선수가 그 뒤를 잇고 있다.

100경기 이상 출전 선수만 놓고 보면 정성훈(0.442), 오지환(0.417), 이형종(0.393), 손주인(0.379), 채은성(0.347)까지다. 장타율에 있어서는 타 팀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한 LG다.

팀 전체로 놓고 봐도 0.399로 당연히 리그 꼴찌다. LG 입장에서는 방망이가 마운드가 벌어놓은 플러스 점수를 계속 깎아 먹는 팀이라고 보면 된다. 이처럼 밸런스가 크게 치우친 팀이 바로 LG다.

이러다보니 무조건 뛰고 또 뛰어야 한다. 2루로 달려야 한다. 양상문 감독의 '작전'도 결국 확률 싸움이다. 주자가 2루에 있는 것이 그나마 LG가 득점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확률의 선택이다.

SK처럼 홈런을 냅다 쳐낼 수도 없고 지금 와서 당장 장타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작전도 걸지 않고 뛰지도 않으면 패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죽는 것을 알면서 뛰어드는 불나방 LG의 5강 합류 도전이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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