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일.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잠실=이재현 기자] 붙박이 4번 타자 김재환의 침묵으로 인해 울상을 지었던 두산이 5번 타자 오재일(31)의 맹활약으로 작은 위안을 삼았다.

두산은 14일 오후 6시30분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6-8로 패했다.

이날 두산은 9회에 4실점을 내주면서 다소 허무하게 패하긴 했으나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4타점에 성공한 내야수 오재일의 맹타만큼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날 경기 두산은 6회초까지 1-3으로 끌려가며 곤경에 처했다. 특히 공격에서 제 몫을 다 해줘야 하는 4번 타자 김재환의 깊은 침묵이 뼈아팠다. 이날 그는 1회 첫 타석부터 6회말 세 번째 타석까지 연달아 삼진에 그쳤다. 여기에 3-3으로 맞선 7회말 2사 만루에서는 허무한 내야 땅볼로 돌아선 그다.

SK 선발 투수 박종훈의 공에 김재환은 두 차례나 헛스윙 삼진에 그쳤을 정도로 무기력 했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 박종훈을 상대로 올시즌 5할4푼5리(11타수 6안타), 2홈런, 3타점을 기록했던 상대전적은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재환이 보여준 아쉬움은 5번 타자의 맹활약을 통해 이내 씻겨나갔다. 바로 김재환의 뒤를 이어 5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했던 오재일이 맹타를 휘두른 것. 이날 그는 4회 와 9회 두 차례의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2홈런) 1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김재환이 찬스 마다 침묵을 지켰다면 오재일은 이와 정반대였다. 0-2로 끌려가던 4회말 2사에서 좌월 솔로포를 뽑아낸 오재일은 1-3으로 끌려가던 2사 2루에서 우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2루 주자를 여유 있게 불러들였다.

앞서 1사 2루에서 김재환이 허무한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던 탓에 아쉬움의 탄성을 쏟아냈던 두산팬들은 오재일의 적시타 한 방으로 곧 활기를 되찾았다. 4번 타자의 부진을 5번 타자가 완벽히 메운 셈이다.

사실 오재일은 올시즌 SK 선발 투수 박종훈에 강한 편은 아니었다. 타율 2할5푼(8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한 것. 하지만 최근 10경기에서 보여준 호조가 시즌 상대전적을 만회한 모양새다. 최근 10경기에서 오재일은 타율 3할5푼7리(42타수 15안타), 3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오재일의 활약을 앞세워 두산은 6회 경기를 3-3 원점으로 돌리고, 이후 SK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었다.

승기가 완전히 SK에 넘어간 듯한 9회말에도 오재일은 포기를 몰랐다. 4-8로 끌려가던 9회말 1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재일은 이번엔 SK의 필승조 일원인 박정배를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때려냈다. 9회초가 끝난 뒤 완패를 예감했던 1루 측 두산 응원단이 잠시 동안 기력을 되찾은 것은 바로 이 홈런 때문이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4번 타자 부럽지 않았던 5번 타자 오재일이었다. 허나 혼자 힘으로 팀을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4번 타자와의 시너지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해 극명한 한계를 보였다는 점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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