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재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잠실=이재현 기자] 시즌 내내 SK 힐만 감독으로부터 외면 받았던 외야수 김재현(30)과 2군에 내려가 있던 외야수 조용호가 특유의 장점인 빠른 발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선보였다.

SK는 14일 오후 6시30분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8-6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SK는 2연승에 성공했고, 리그 5위 자리를 지켜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역시 3-3으로 맞섰던 8회초와 4-4로 맞선 9회초였다.

첫 번째 승부처는 8회초 1사였다. 타석에 들어선 이재원은 좌익수 왼편으로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내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경기 종반 해당 시점을 승부처로 판단한 SK 벤치는 다급하게 승부수를 띄웠다. 발이 느린 이재원을 대신해 대주자 김재현을 투입한 것. 지난 1일 확장 엔트리 시행과 동시에 시즌 첫 1군 콜업을 이뤄낸 김재현은 그간의 설움을 씻고자 안간힘을 썼다.

활약을 펼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재현은 노수광의 타석 때 과감한 3루 도루로 기회를 1사 3루로 이어갔다.

두산 측은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지만, 판정은 번복 되지 않았다. 이로써 SK는 희생타 하나면 득점이 가능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 김재현의 준족은 결실을 맺었다. 그가 구상한 대로 최항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때려낸 것. 그 사이 김재현은 여유있게 홈을 밟을 수 있었다. 힐만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비록 8회말 재차 1점을 내주면서 SK는 리드를 빼앗겼지만, 힐만 감독은 곧장 4-4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대주자 작전으로 재미를 봤다.

9회초 1사에서 방망이를 잡은 로맥은 두산의 필승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그러자 힐만 감독은 재차 대주자 작전을 과감하게 냈다. 바로 14일 1군에 등록된 외야수 조용호를 대주자로 투입 한 것.

이번에도 힐만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 후속 타자 박정권은 우전 안타를 통해 기회를 이어나갔는데, 이 때 조용호는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다. 볼 없이 2스트라이크 상황이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주루를 빠르게 시도했던 것이 주효했다.

어느새 1사 1,3루의 기회를 맞이한 SK는 재차 앞서나갈 절호의 찬스를 잡았고, 김강민은 2루수와 우익수 가운데에 절묘하게 떨어뜨린 적시타로 3루 주자 조용호를 불러들였다.

접전 끝에 끝내 실점을 허용한 이용찬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이후 SK 타선은 3연속 안타로 9회에만 4점을 뽑아내고 승기를 굳혔다.

경기 전 힐만 감독은 “9월 들어 확장 엔트리 시행으로 옵션이 다양해진 시점에는 벤치의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 간단하게 생각하며 승부처에서 교체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힐만 감독은 자신의 발언을 즉시 지켜냈다. 두 차례의 승부처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과감한 대주자 작전을 시도한 힐만 감독의 용병술은 끝내 두산 불펜에 큰 상처를 냈다. 이는 시즌 내내 외면 받았던 김재현과 후반기 들어 SK의 리드오프 자리를 완전히 내준 조용호에게도 큰 자신감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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