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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강팀의 조건 중 하나는 바로 장타력이다. 좋은 선발, 탄탄한 불펜, 확실한 마무리가 버티고 있는 팀이어도, 멀리 칠 수 있는 타자가 없는 팀은 득점 가뭄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돌려서 말하지 않겠다. LG가 그런 팀이다. 마운드는 리그 최고다. 특히 불펜은 선두 KIA가 배아플 정도로 좋다. 하지만 장타력을 가진 타자가 없으니 이래저래 고민이다. 특히 외인 로니가 2군으로 내려보냈다고 토라져서 돌아갔으니 내상이 크다.

김재율, 양석환 등 젊은 야수들이 있지만 아직은 타 팀에 비해 무게감 있는 중심타자는 아니다. 그만큼 장타력을 보유한 외인 타자가 있다는 것은 그 팀에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선두 KIA에 한 명이 있다. 외인 버나디나다. 지난 12일 SK전에서 그는 상대 선발 문승원의 공을 그대로 받아쳐, 시즌 24호 홈런을 완성했다. 24홈런은 리그 11위의 성적이다. 수준급이다.

버나디나의 존재감이 더욱 드러나는 것은 바로 팀 4번 타자 최형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쳤다는 점이다. 최형우가 26개를 쳐냈는데, 버나디나가 24개다. 그 뒤를 나지완이 22개로 잇고 있다.

타율은 버나디나가 3할2푼5리를 기록, 최형우의 3할5푼5리에 미치지 못하지만, 홈런 하나만 놓고 보면 버나디나는 최형우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특히나 페이스가 일정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4월은 1개를 쳐내는데 그쳤지만, 5월에 5개, 6월에 6개, 7월에 5개, 8월에 5개다. 매달 꾸준히 5개 이상을 쳐내고 있다. 몰아서 치지 않고 꾸준히 나눠서 팀에 보탬이 되는 홈런만 쳐낸다.

최형우는 4월에 5개, 5월에 9개로 대폭발을 이뤄냈지만, 6월에 4개, 7월에 5개, 그리고 8월에는 2개, 9월에는 1개로 서서히 침묵 중이다. 상대적으로 버나디나의 꾸준함이 돋보이는 기록이다.

이처럼 3번과 4번에서 모두 홈런을 쳐낼 수 있는 타자가 있다는 것은 KIA의 큰 무기다. 특히 버나디나는 지난 10일 광주 삼성전에서 100타점-100득점을 기록했다. KBO리그 통산 26번째 기록이었다.

재밌는 것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기라성 같은 선수들 중에서 이 기록을 보유한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버나디나가 타이거즈 최초라는 말이다.

100타점은 그렇다쳐도 100득점까지 따낸 것은 KIA 타선이 그만큼 강한 것도 있지만, 스스로가 호타준족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한 셈이다.

이미 도루가 28개로 팀 내 단연 1위, 리그 전체로 봐도 삼성 박해민(38개)에 이어 2위다. 발은 이미 최형우를 넘어선 버나디나다. 그리고 홈런에서도 서서히 최형우를 앞서려 하고 있다.

버나디나의 건강한 경쟁은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데 아주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제 30(홈런)-30(도루)까지 노리고 있다. 타 팀이 군침을 흘릴만한 외인 타자, 그게 버나디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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