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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세상, 세상 이렇게 약해빠진 1위가 어디 있냐 이 말이여. 그래도 지 자리 지키고 있는 것을 보믄 참말로 용하당께"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KIA의 경기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틀리지 않다. 크게 앞선 상황에서도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하고 강했던 선발진은 시무룩 해졌고, 타선도 미지근한 KIA다.

느껴지는 것처럼 최근 KIA의 투타 기록은 그리 좋지 못하다. 후반기 들어 팀 평균자책점은 4.99로 리그 6위다. 팀 타율 역시 2할8푼8리로 5위다. 전형적인 중위권 언저리의 팀 성적이다.

그런데도 KIA는 리그 1위다. 사실 2위 두산에게 추월 당하기 직전까지 몰리는 경우도 있었고, 연패 수렁에 빠지며 스스로를 궁지에 몰기도 했다. 그럼에도 KIA는 버텨냈다.

우선 7월과 8월에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던 두산이 조금은 지친 기색이다. 특히나 지난 8월 31일과 9월 1일, 광주에서 열린 두 팀의 대결에서 KIA가 2승을 챙긴 것이 컸다.

여기서 탄력을 받은 KIA는 연승을 달리며 3.5경기 차이로 선두를 수성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무기력하게 패하긴 해도 어떻게든 5할 승률 언저리를 지켜내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기의 KIA는 57승 28패를 찍으며 무시무시한 기세를 보였다. 하지만 후반기는 영 부족했다. 6연패에 빠지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12일 기준 20승 21패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5할 지킴 승부'는 추격하는 두산에게 꽤나 큰 심리적 부담감을 주고 있다. 스스로 무너지는 연패가 다시 나오지 않는 이상, 3.5경기의 두산이 자력으로 KIA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잔여 경기를 살펴봐도 그렇다. 12일 현재 127경기를 소화했고 77승 1무 49패다. 이제 17경기가 남았는데, 12승 5패를 기록하면 자력 우승이다. 두산은 잔여 14경기를 모두 승리해도 패한다.

그렇다고 해서 KIA가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이유도 많다. 우선 KIA는 두산과 아직 한 차례의 맞대결이 남아있다. 오는 9월 22일 광주에서 붙는다.

또한 5위 경쟁을 하고 있는 SK와 4경기, LG와 1경기, 필사적으로 4위를 수성하려는 롯데와도 2경기가 남았다. 어느 누구 하나 쉬운 상대가 없다. 상대도 KIA만큼이나 필사적이다.

특히나 최근 들어 상위팀 상대로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는 최하위 kt와는 잔여경기가 무려 6경기나 남았다. 자칫 잘못하다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농후하다.

일단 KIA는 남은 17경기에서 정상 전력을 풀 가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쉽게 무너지거나 무기력한 모습에서 탈출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이미 '뒷심 부족'이라는 이미지가 제대로 박힌 KIA다.

헥터나 양현종을 제외하면 선발이 약하고 경기 후반에 불펜이 가동되면 언제든 해볼 수 있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지우는 것이 김기태 감독의 미션 중 하나다.

이러한 약점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8회까지 다 이겨놓고 9회에 역전패를 당하거나, 1년 농사 잘 지어놓고 막판 추수 시기에 아무것도 못 건지면 그보다 더 서러운 것은 없다.

고정관념은 상대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족쇄가 될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덤비기 위해서는 KIA가 '만만한 1위'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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