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해태, 삼성, 한화의 감독을 지냈던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2018 KBO 신인 드래프트 결과를 지켜본 뒤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철저하게 외면 받았던 대학야구 때문이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KBO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2018 KBO 신인드래프트를 열었다. 총 964명(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754명, 대학교 207명,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등 기타 선수 3명)의 대상자 중 100명의 선수가 10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역시 예상대로 고교 선수가 초강세였다. 총 81명의 고교 졸업 예정 선수들이 프로구단들의 지명을 받았다.

반면 대학 졸업 예정 선수들은 울상을 지었다. 드래프트 대상선수 10%도 미치지 못하는 단 18명의 선수들만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은 것. 최근 4년간 실시된 신인 지명에서 가장 저조한 수치다. 지난해(23명)에 비해 무려 5명이나 줄어들었다. 대학 선수들에게는 유난히 좁은 프로 구단 관문이다.

최근 몇 년간 프로구단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 있는 터라 여기저기서 대학야구의 처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다.

신인드래프트 결과를 지켜본 김 회장은 예상외로 차분했다. 그렇게 까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는 11일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대학야구 선수들의 기량이 고등학교 선수들에 못 미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회장이라는 직함과 위치가 보여주듯 그는 대학야구 외면 현상에 단순히 손을 놓고만 있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은 대학야구의 도약을 위해 주말리그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지난해까지 대학야구는 오직 토너먼트 체제로만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대학야구연맹은 한국스포츠대학총장협의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주말리그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김응용 회장은 주말리그 체제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미 그는 주말리그 개막식부터 주말리그 제도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가 이렇게까지 유감을 표시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주말리그가 대학야구의 악순환만을 가져온다는 것.

김 회장은 “학습권 보장이란 명분은 분명 좋다. 하지만 대학에서 재기해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선수들 입장에선 주말리그가 시행되면 훈련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분명 개선이 필요한 제도다”라고 밝혔다. 그의 강한 어조에서는 분노마저 느껴졌다.

이어 그는 “가뜩이나 고교 선수에 비해 야구선수로서의 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대학야구 선수들이다. 많은 훈련으로 부족한 기량을 메워도 모자란 데, 평일 훈련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행 체제는 분명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2017학년도부터 대학스포츠 운영 규정 제 25조(학점관리와 불이익처분)를 시행했다. 이에 따르면 학생 선수는 직전 2개 학기 학점 평균이 C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협의회가 주최·주관 또는 승인하는 각종 대회의 모든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따라 학점을 얻기 위해서 선수들은 대회 참가로 인한 공결 상황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수업에 출석해야 한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학생선수들은 출석일수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일정수준의 학점을 받아왔지만, 해당 규정의 시행으로 이러한 ‘특혜’ 역시 사라졌다. 따라서 그동안 암묵적으로 용인 돼 왔던 팀 훈련으로 인한 결석은 더 이상 공결의 대상이 아니다.

매일 같이 수업 시간대가 제각각인데다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선 선수들이 출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많은 대학팀들은 평일 팀 훈련 진행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 김 회장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 개탄한 것이다.

김 회장은 “대학 선수들에게 공부를 하지 말라는 주장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훈련이 일상이어야 하는 선수들이 평일에 단 하루도 훈련하기가 힘들다면, 야구선수로서의 발전은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이미 기량도 떨어지는 선수들이 훈련량까지 부족하다면 대체 어떻게 고등학교 선수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최소한 학생선수들이 평일 야간 훈련은 진행 할 수 있도록, 수강 신청 단계에서부터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선수들에 한해 평일 모든 수업은 오후 3시에 종료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3시까지만 수업이 끝난다면, 야간 훈련은 충분히 진행이 가능하다. 이 정도의 배려도 과한 요구인가”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에 열린 2018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 스포츠코리아 제공
주말리그 제도 정비의 필요성은 현장에서도 강력하게 주장되고 있다. 모 대학팀 관계자는 “물론 불만은 있지만 한 번 시행된 주말리그 제도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다. 수업권 보장이라는 취지 자체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해당 관계자는 주말리그 제도 시행 이후 팀의 평일 오후 훈련이 주 5회에서 3회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주어지는 훈련 시간마저 예년에 비한다면 크게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간신히 자체 청백전까지는 가능하나,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는 타 팀과의 연습경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그러나 해당 관계자는 대학야구연맹은 물론 대학야구팀들이 해당 제도를 최대한 이용해 유연하게 사고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연맹 측에서는 평일 대회 개최를 여러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같은 대학 농구, 축구팀들은 주말리그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사례를 참고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수업이 적은 금요일이라면 대학팀들도 대회 참가에 큰 부담이 없다”라고 답했다.

대학 측이 평일 대회 개최에 따른 학생 선수들의 수업 결석을 공결로 처리하지 않는다고 해도 해법은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

그는 “올해는 비록 적용되지 않았지만, 연맹과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내년부터 학생선수들이 한 학기당 3분의 1 이상 수업에 출석한다면 학점 이수가 가능하게 하도록 협의했다. 따라서 평일 대회 참가가 ‘공결’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선수들이 일반적인 결석을 하면 그만이다. 정 출석일수가 부족해 문제가 될 것 같은 선수가 발생한다면 그 선수 없이 평일 대회를 치르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연맹과 팀들이 조금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대학야구는 올해에도 프로팀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쓸쓸히 드래프트를 마무리했다. 프로구단의 고교선수 선호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단 시간에 해결 될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관하고 좌절만 할 수는 없다. 방치와 포기가 이어진다면 대학야구는 존폐위기까지 몰릴 뿐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더 이상의 추락을 원치 않는다면 이제라도 개혁에 나설 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대학야구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위기를 인지하고 있었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개혁의 의지까지도 내비쳤다. 위기에 놓인 대학야구가 과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7년을 교훈 삼아 조금씩 되살아 날 수 있을까. 2018년 대학야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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