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kt가 모처럼 4연승을 거뒀다. 물론 그럼에도 kt가 리그 최하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향후 일정에서도 kt가 순위를 뒤집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로하스(27)의 후반기 맹활약은 내심 2018년을 준비 중인 kt를 흐뭇하게 한다.

kt의 외국인 타자 로하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kt는 7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0회 연장 승부 끝에 7-3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kt는 무려 151일 만에 4연승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 kt는 10회에만 4점을 뽑아내며, 순식간에 승기를 잡았다. 특히 kt가 뽑아낸 4타점 중 2타점을 담당한 로하스가 단연 돋보였다.

이날 5타수 1안타(1홈런) 1득점 2타점에 성공한 로하스는 단 한 개의 안타만을 때려내는 데 그쳤지만, 영양가만큼은 만점이었다. 4-3으로 앞선 10회초 1사 2루에서 두산의 필승 마무리 투수 이용찬의 5구째 포크볼을 통타, 우중월 투런포로 연결한 것.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자축포였다. 후반기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인 한 방이었다.

지난 6월 리그 적응에 실패한 모넬을 대신할 대체 외국인 타자로 kt에 입단한 로하스는 전반기 23경기에선 타율 2할6푼7리, 3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냉정히 말해 기대치에는 훨씬 못 미쳤던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로하스는 전혀 다른 선수로 환골탈태했다. 7일 현재 로하스의 후반기 타율 3할8리(169타수 52타수), 13홈런, 33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과 출루율까지 전반기에 비해 모두 상승한 그인데, 로하스의 후반기 OPS(출루율+장타율)는 1.012에 달한다.

kt의 외국인 타자 로하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시기와 리그의 특성 마다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즌 OPS가 8할이 넘는 타자를 준수한 활약을 펼친 선수로 인정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로하스의 후반기는 말 그대로 뜨겁다.

멈출 줄 모르고 있는 로하스의 후반기 고공행진은 그를 지도하고 있는 kt 김진욱 감독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 그는 지난 2일 “솔직히 로하스가 이렇게까지 잘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진욱 감독은 로하스를 가리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매력이 넘치는 선수다”라고 묘사했다. 이른 바 ‘진국’인 선수라는 것.

김 감독이 로하스를 이렇게 묘사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많은 노력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는 데 성공했기 때문.

당초 kt는 로하스를 중장거리 타자로 여겼다. 일발 장타력은 갖췄지만 약점이 드러난 뒤 전혀 대응을 하지 못했던 모넬의 실패 사례 때문. 따라서 장타력은 다소 떨어져도 컨택 능력과 출루율이 준수한 선수를 물색했고, 여러 후보군 가운데 kt에 가장 적합했던 선수가 바로 로하스였다. 하지만 얼마간의 적응기가 끝나자 로하스는 중장거리 타자가 아닌 장타력까지 갖춘 선수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김진욱 감독은 “사실 로하스는 장타력 보단 컨택 능력이 좋은 선수로 여겨졌다. 많은 홈런을 기대하진 않았다. 오히려 2루타를 좀 더 많이 날려 줄 수 있는 선수이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로하스가 홈런을 자주 때려냈다. 스윙 자체가 입단 초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라고 답했다. 스타일을 바꿔 당초 기대 이상의 활약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수년간 야구를 해왔던 외국인 선수가 자신만의 야구 스타일을 단기간에 바꾸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김 감독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구별 되는 야구를 대하는 로하스의 태도가 긍정적 변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김진욱 감독은 한 가지 일화를 공개하며 쉽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김 감독은 “시즌 초 모넬은 나에게 자신의 장점을 어필한 바 있다. 자신은 포수 출신이기에 한 번 속은 공에는 다시 속지 않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허나 그는 연구가 부족했다. 그는 이미 미국에서 길러진 자신의 능력만으로 KBO리그를 충분히 접수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모넬은 돌아가는 날까지 한국 투수들의 동일한 결정구에 속았다. 하지만 로하스는 다르다. 언제나 상대 투수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물론 리그 특성에 맞춰 자신만의 스윙마저 바꿨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자존심이 강한 외국인 타자가 낮은 자세로 KBO리그에서 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로하스는 달랐다. 기본 능력도 능력이지만 배움의 자세로 끊임없이 리그를 연구했다. 예를 들어 경기 중 슬라이더에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면, 그는 경기 장 구석에서 피칭 머신을 이용해 슬라이더만 계속 쳐냈다. 그러더니 결국에는 슬라이더를 안타로 연결했다. 바로 이러한 태도가 지금의 호성적으로 이어진 것이라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kt의 외국인 타자 로하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여기에 오전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 종일 야구만 생각한다는 로하스의 열의에 김 감독은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라커룸에서는 장난기가 가득해도 야구장에만 들어서면 눈빛이 달라지는 선수가 로하스라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

그는 “하루는 휴식을 부여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로하스는 이를 거절했다. 설령 안타를 못 치더라도 적응을 위해 투수들의 공 하나라도 더 봐야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만큼 팀에 헌신하겠다는 의욕이 넘쳐나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입단 초기의 의구심을 보란 듯이 씻어낸 로하스. 그의 후반기 상승세는 그저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그 배경에는 여러 숨은 노력들이 존재했다. 선수단은 물론 끝내 팬들까지도 매료시키는 데 성공한 ‘진국’ 로하스가 이 기세를 몰아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맹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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