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SK의 선수들이 이제는 현직이 아닌 전직 동료로 남게 될 외야수 박재상(35)을 추억했다. 이들은 박재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SK 박재상. 스포츠코리아 제공
SK는 지난 3일 외야수 박재상의 현역 은퇴를 공식화했다. 박재상은 최근 구단에 은퇴의사를 밝혔고, SK는 선수와의 대화 끝에 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1라운드 67순위로 SK에 입단한 박재상은 은퇴를 결정한 2017시즌까지 SK를 떠난 적 없는 원클럽맨. 이른바 2000년대 중후반을 주름잡았던 SK 왕조 멤버 중 한 명이다.

KBO리그에서 13시즌을 보냈던 그는 지난 2009년(타율 0.295, 15홈런, 81타점)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한 바 있다. 전성기 시절 박재상은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으로 ‘아트스윙’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물론 3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며 선수로서는 나름 남부러울 것 없는 커리어를 보냈지만, 마무리는 어딘가 아쉬웠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94경기에 나섰지만 올시즌은 단 하루도 1군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것. 특히 그와 이런 저런 연을 맺었던 동료들은 이러한 사실에 무척 아쉬워하는 모습. 그들은 박재상을 하나 같이 유쾌한 선수로 기억했기에 더욱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2010년 SK에 입단해 이제는 어엿한 선발진의 일원이 된 잠수함 투수 박종훈(26)은 그의 은퇴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아쉬워했던 인물 중 한 명. 그는 6일 인천 롯데전을 앞두고 “물론 나는 투수이고, 박재상 선배는 야수였기에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유쾌했던 박재상 선배는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 존재였다. 은퇴는 했지만 어떻게든 코치로서 SK에 남아줬으면 좋겠다”라고 그를 추억했다.

이어 박종훈은 박재상과 관련한 한 가지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하루는 내가 볼넷을 많이 허용해 이닝이 끝난 뒤 야수들을 찾아가 미안함을 전한 바 있다. 그 때 박재상 선배는 ‘네가 죄송할 것이 뭐가 있느냐’며 ‘어떻게든 괜찮으니 던지고 싶은 대로 마음껏 던져봐라’라고 격려해줬다. 박재상 선배가 이를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위축됐던 나에게 선배의 그 한 마디는 큰 힘이 됐다”라고 밝혔다.

지난 2005년 SK에 입단했지만 단 한 차례도 SK에서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KIA로 트레이드 돼, 지난 4월 재차 트레이드로 SK에 돌아온 베테랑 포수 이성우(36) 역시 박재상과 의외의 인연을 지닌 선수.

이성우는 “사실 오랜 기간 함께한 사이가 아니라 (박)재상이를 추억한다는 것이 어딘가 민망하다. 하지만 조동화와 함께 나의 상무 입대 동기가 바로 재상이다. 야구 센스가 무척이나 좋은 선수였다. 매번 상대팀 선수로만 만나왔는데 언제나 웃으면서 마주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은퇴하는 것 같지만, 정작 본인은 현역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3차례나 해봤던 것을 떠올리며 후회는 없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SK에 입단해 이제는 어엿한 베테랑 투수가 된 윤희상(32) 역시 박재상의 이름을 듣는 순간 미소부터 지어보였다. 그는 “평상시 마주칠 일은 많지 않았지만 (박)재상이형은 매사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언변도 뛰어나 코치는 물론 방송 해설자를 해도 잘할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SK 박재상. 스포츠코리아 제공
박재상의 무한 긍정에 놀란 적이 단순히 한 두 차례가 아니라는 것이 윤희상의 설명. 이제는 단순히 놀라는데 그치지 않고 그의 무한 긍정을 본받고 싶다는 그다. 윤희상은 “사실 본인의 야구가 잘 안 될 때도 밝고 긍정적으로 지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재상이형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했었다. 나 역시 최근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데, 과거 재상이형의 모습을 생각하며 항상 밝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자 노력 중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SK의 외야수들은 박재상을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 더욱 각별하게 여겼다. 실제로 SK 관계자는 “젊은 외야수들이 팀 내에서 가장 따랐던 선배 외야수 중 한 명이 바로 박재상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후배 외야수들은 주저하지 않고 박재상을 존경할 만한 베테랑이라 평가했다. 먼저 정진기(25)는 여러 말을 하지 않고 박재상과 함께한 사연 하나를 공개했다. 그는 “올해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당시에 있었던 일이다. 군 전역 이후 첫 시즌이었기에 캠프에서 잘 해보고자 무척 노력했다. 하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았다. 실망하고 있을 무렵, 박재상 선배가 내 기분을 풀어주겠다며 와인을 사들고 나타났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조언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재상 선배는 단순히 조언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나에게 자신의 현역 시절 모든 안타 장면들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며 ‘영상을 잘 봐라. 잘 맞은 타구만 안타가 되란 법은 없다.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야구라는 것이 그렇다. 지금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다’라고 말씀해줬다. 당시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큰 힘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정진기는 당시를 떠올리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지난 2015시즌 SK 김재현(왼쪽)과 박재상.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시즌 장기간 퓨처스리그에서 생활하다 지난 1일 확장엔트리 시행 이후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된 김재현(30)은 현재 SK의 1군 선수들 가운데 올시즌 박재상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선수. 김재현 역시 박재상을 ‘긍정의 화신’이자 ‘후배들이 존경 할 수 있는 선배’로 꼽았다.

김재현은 “올시즌은 내내 2군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무척 힘들었다. 나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박)재상이형은 오죽했겠나. 그럼에도 재상이형은 긍정적으로 2군 생활을 받아들이더라.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상이형을 따라 나도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었다. 재상이형은 힘겨운 2군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일종의 롤모델이었다”라고 답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박재상과 자신이 성격적으로 무척 닮아있음을 느꼈다는 그다.

선·후배 가릴 것 없이 SK 선수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파했던 박재상. 그는 오는 9일 인천 넥센전에서 있을 은퇴식을 끝으로 정들었던 SK 유니폼을 벗는다. 하지만 구단은 일찌감치 그를 코치로 선임하고자 준비에 들어갔다. 그와 함께했던 SK 선수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코치 박재상과 웃으며 재회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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